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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이슬 Oct 05. 2023

09. 방콕 랭쎕 뿌셔뿌셔...

쩟페어 야시장에서 크레이지 코리안 된 썰 풉니다...


Day 4. Am 01시. 방콕 4일 차.


9월의 태국은 우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여행 중 제대로 비가 쏟아진 건 이때가 처음이었던지라 꽤 당황스러웠는데요. 당장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가 미친 듯이 오는 터라 포기하고 다들 맥주만 홀짝홀짝 마셨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자꾸 맥주만 들이부으니 대부분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는데, 어디냐고 물으니 이 폭우를 뚫고! 저 멀리 보이는 건너편 건물로 가야 한다는 게 아니겠습니까...?!(자업자득)



주섬주섬 설치되던 천막들


비는 도저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방광은 시시각각 조여 오는 터라 웃돈이 좀 붙더라도 택시를 계속 호출해 보기로 했는데요. 다행히 오래지 않아 택시가 잡혀 무사히 숙소 화장실에서 급한 용무를 해결할 수 있었답니다. :)


이때가 새벽 두세 시쯤이었는데. 다음 날이 아니, 당일 아침부터 하루 일정이 태국 전체 일정 중 제일 빡쎈 날이었던 터라 다들 서둘러 잠을 청했습니다.




이날은 07시~13시까지 진행되는 '담넌싸두억 수상시장' 그리고 '매끌렁 기찻길시장' 한국인 투어를 예약해 둔 터라 세 시간 쪽잠 후 모두 일어나 픽업 장소로 향했습니다.




픽업 장소였던 맥도날드에 조금 미리 도착해, 간단하게 해장을 하고...



담넌싸두억 수상시장



방콕 시내와 담넌싸두억 수상시장은 꽤 거리가 있어서, 픽업 차량으로 두세 시간 이동을 해야 합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물이 썩 깨끗한 편도 아니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물건들, 1분 사이 반값이 되는 기적을 보여주는 가격, 불친절한 응대 등에 썩 추천할 만한 투어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좁은 수로 사이로 수십 대의 배가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는데, 이 배들의 동력이 노를 저어 얻는 게 아니고 휘발유 모터더라고요.

뭐랄까 성묘 때 볼 수 있는 오래된 모터 예초기들과 같은 느낌으로요. 예, 휘발유 냄새와 까만 연기가 앞뒤로 쉴 새 없이 피어오릅니다.

좁은 배를 오가며 아이스크림, 쌀국수, 과일 등을 파는데 매연에 파묻혀 뭔가를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선 뽀로로들 모두 아무것도 사지 않고 먹지 않았습니다(합석한 다른 한국 커플도 마찬가지).



매끌렁 기찻길시장


길지 않은 수상시장 투어가 끝나면 곧바로 매끌렁 기찻길시장으로 이동하는데요.

진짜 기차가 왔다 갔다 하는 기찻길을 가운데 두고 정말 5~10cm 차이로 시장이 펼쳐진 모습은 조금 신기하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딱히 특별한 물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 시간을 투자해 올 만한 곳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투어 중 시장 사이를 지나치는 기차를 실제로 타고 세 정거장을 이동해 봤는데, 이건 좀 재밌었습니다. 아무튼, 수상시장&기찻길시장 투어는 정말 시간이 여유롭거나 이미 방콕을 몇 번 방문해 봐서 새로운 체험을 원하는 게 아닌 한 개인적으론 지인들에게 비추할 것 같아요.




다시 아침에 픽업받았던 장소로 돌아와, 근처의 맛집으로 향했습니다.(수다식당)

이미 한국인들 사이에선 맛있다고 평이 자자하던데, 정말 명불허전이었습니다...

특히 저 푸팟퐁커리... 제가 상상했던 소프트쉘 크랩이 올라간 커리가 아니라 게살만 한가득 있던 커리였는데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저 하얀 게 전부 다 게살인데 한국에서 저렇게 먹으려면 대체...

게살 가득 푸팟퐁커리는 420밧이었습니다.(한화 15,000원)

팟타이, 볶음밥 등도 전부 다 맛있었어요.




하염없이 쌓여만 가는 산미구엘들.

그리고 싹싹 긁어 설거지한 접시 인증 :)



아니 사격 처음이라면서 사격지 상태 실화인가... 안 까불어야지...


배도 채웠겠다, 이어서 빠르게 예약해 뒀던 사격장으로 이동해 샷건과 권총, 소총 등 다양한 실탄사격을 해봤습니다.

방콕 시내 사무실로 가면, 차를 타고 근처 진짜 군부대!로 들어가서 체험하더라고요.

안전장치들이 좀 미흡해 보여서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꽤 재밌었습니다.

쏠 때마다 바로 뒤에 안전요원? 가이드들이 한 명씩 붙어있긴 한데 그거 말곤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선 이렇게 다양한 화기를, 이 가격에 체험해 보지 못하니 이건 강추합니다! :)




사격은 무섭고 힘들 것 같다며 혼자 전신마사지를 받으러 간 배신자 병약E를 기다리며 한잔.

태국에만 있다는 스타벅스 한정 메뉴들을 시켜봤는데요. 블랙핑크랑 콜라보한 무슨 메뉴도 있더라고요?

다 맛없었습니다. 역시 한국인은 아아가 국룰.





그래도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쇼핑몰 푸드코드도 한번 구경해 봤답니다.

굉장히 탐나던 간장게장, 연어장 그리고 갯가재장까지...! 그걸 꼭 먹어봤어야 하는데...!



쩟페어(조드페어) 야시장의 모습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시간도 슬슬 저녁에 가까워져 뽀로로즈 모두가 잔뜩 기대하고 있던 쩟페어(=조드페어) 야시장으로 향했는데요. 육해공 정말 먹을 것들 천지더라고요...

아 먹거리 외에도 쇼핑할 것들도 잔뜩 있었는데, 아무도 관심 없...


단언컨대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할 고추 두 개.



한국인들 사이에선, "쩟페어 야시장에 가면 고추 두 개만 찾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는데요.

바로 나혼산에 나와 유명세를 탄 랭쎕(태국식 돼지뼈찜)이 맛있기로 유명한 집이어서입니다.



랭쎕 XL 사이즈. 350밧.(한화 약 1.3만 원)


앉자마자 직원이 추천해 준 대로 랭쎕 XL 사이즈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진짜로 거짓말, 과장 1도 안 보태고 10분도 안 돼서 전부 사라졌습니다.

진짜로요 진짜 진짜로...

엄청 야들야들한 돼지 등뼈찜에 청양고추로 매콤함이 살짝 가미된 맛...

거기에  태국식 향신료를 살짝 끼얹은, 그야말로 한국인 모두가 좋아할 맛이었거든요...


뭐 어떡하겠습니까. 바로 직원을 불러 XL 하나를 추가하자...

저희에게 서빙을 해줬던 어린 총각이 다시 오더니만...


"아유 코리안?!?!?! 와우 크레이지... 베리베리 굿굿 XL 원모어 롸잇? 와우... 와우... 크레이지 코리안!!! 굿!!!"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XL 하나 더 추가가 맞냐고 계속 묻고... 저희 접시를 계속 쳐다보더라고요...

접시 봐도 뭐 없어요... 이미 다 우리 배 속에 있다고.........



그리하여 또 추가된 XL 한 접시.

고기를 계속 먹으니 살짝 물리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맥주랑 같이 다 먹고 나왔답니다.^^


이쯤 되니 다들 화장실도 한 번씩 들고 싶었는데...

여기서 쩟페어 야시장의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화장실이 굉장히 불결...한 편인 데다가 유료였습니다.(한화 약 2백 원)

물론 태국 거리 곳곳은 대부분 유료 화장실이긴 하지만... 이렇게 크게 정비가 잘되어 있는 야시장의 화장실 시설이 생각보다 더 낙후되고 관리가 안 되고 있는 점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다들 먹고 싶은 거 잔뜩 집어서, 또 숙소에서 새벽까지 마시기로 결정!




정말 각자 취향껏 양껏 집은 야시장 음식들.

걱정했던 연어장은 물론, 대부분의 음식이 전부 다 평균 이상으로 맛있었습니다.

아 중간에 악어고기도 한 꼬치 사서 먹어봤는데 그건 별로였습니다...




하나둘 죽어가던 뽀로로들.

얼굴에 그림 그리려다 매직이 없어서 참았다...

첫 번째 낙오자가 나온 시간은

Day 6. Am 02시 54분.


사실 새벽 두세 시에 자서, 06시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움직였으니 지쳐 떨어져 나갈 만했습니다.

물론 전 뒤처리까지 다 하고 잤지만요. 후후.


그리하여 이렇게, 열흘 중 가장 힘들었던 다섯 번째 날도 순식간에 지나갔답니다.






-to be continued





※뽀로로즈 멤버 소개

대장: INFP. '넓고 얕은 찍먹'이라는 좌우명으로 한라산 등반, 낚시, 해루질, 볼링, 탁구, 포켓볼, 골프, 뮤지컬, 콘서트 심지어 해외여행까지도 가장 앞장서서 리드하는 만악의 근원. 평소엔 MBTI가 I와 F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대장 뽀로로. 다만 알코올이 들어가면 미친 E와 F로 변신하곤 함. 자주 하는 말은 '득근득근!',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 그리고 '막내는 지치면 안 돼!'


개장: INFJ. 길드장이었으므로 '대장'이라는 호칭으로 자주 불리곤 했는데, 술 먹은 다음 날 '내가 또 술 마시면 진짜 개다!'라는 말을 하고선 하루 이틀 뒤에 술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여, '개'+'대장'='개장'이라는 호칭으로 바뀌게 된 비운의 인물. 일요일엔 충전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뽀로로즈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아서 매번 슬퍼함.


렴치: ISTP. 뽀로로즈 모임의 공식 운전기사. 대장이 짠 계획을 렴치가 완성하므로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 2라 할 수 있음(주로 뽀로로들을 집 앞에서 태워다, 일정이 끝나면 집 앞까지 내려줌). 공식 별명인 '렴치'는 '파렴치한'의 줄임말로, 사회통념상 비춰보았을 때 지나치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가와 교제한 적이 있어 붙여짐. (Update! 최근 뽀로로즈 몰래 소개팅했었는데, 바로 차였다고 함. 쌤통)


병약이(E): ENFJ. MBTI 검사상 E 성향 99%가 나온 확신의 외향인. 하지만 그에 걸맞지 않게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연약한 체격과 병약한 체력을 타고나 본의 아니게 뽀로로즈 모임에 불참하곤 하는 비의 인물. 앓아눕느라 모임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재밌어 보이는 사진이 단톡방에 끝없이 올라올 경우, 침상에서 남몰래 눈물을 닦아내곤 함.


막내: ISTP. 모임의 유일한 20대이자, 뽀로로즈 공식 막내. 렴치를 제외한 모두에게 배려와 귀여움을 받고 있지만 한참 연하만을 편애하는 렴치에게 막내는 그저 노인네일 뿐. 20대다운 강인한 체력으로 대장의 넓고 얕은 찍먹을 가장 먼저 지지하는 만악의 근원 3. 대장과 함께 식단과 운동을 꾸준히 하는 유이한 득근파 중 하나. (Update! 최근 한 이성과 썸 타는 중. 배신자.)




※ 본 매거진은 연재 전 뽀로로즈 모두에게 연재 동의를 얻었으나, 개개인의 신변 보호를 위해 신상이 특정될 수 있는 부분은 조금의 각색을 거쳤음을 알려드립니다. 그 점을 제외하고 앞으로 서술할 모든 일들은 100% 실화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혹 다섯 중 한 명이라도 알아보신 지인께서는 부디 못 본 척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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