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도 곧 저물겠지요
밖이 어둡고 안이 밝은 날
당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말없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본 적 없는 저 너머의 세계였습니다
길을 걷다 멈춰서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느새 와버린 곳에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네 토막 난 하루의 한 토막씩
내 키보다 작은 네모난 창에서 당신과 같이 살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밝음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란 것을
흘러들어온 눈길을 당신은 불투명한 창문으로 자르겠지요
불 켜진 오래된 창마다 들려오는 기척들은 어두운 침묵이었습니다
하나의 그림자만 쫓을 뿐입니다
눈이 까맣게 더러워질 때까지 당신의 창에 몇 글자를 쓰고 지우다가
좁은 길 솟은 둔턱에 제 이름을 새겨 넣습니다
벽에 가리어진 당신을 온전하게 볼 순 없었지만
당신이 내 눈으로 들어와 반짝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어둠은 잠시나마 밝겠지요
밝음도 곧 저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