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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Jan 21. 2020

사회



사회


규격화된 사이즈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

아무리 내 몸에 맞는 것을 찾아보려 해도

어떻게든 그 옷에 맞춰보려 해도

내 몸에 꼭 맞는 것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헐렁해서 안 입은 것만 못하고

꽉 끼어 숨조차 쉴 수 없는

내 앞에 몇 벌의 옷들을 펼쳐보며

내 몸을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탄을 시작한다


한 겹, 두 겹, 세 겹...

겹겹이 옷을 껴입은 사람들을 찾아보고

그들이 입고 있는 옷들을 헤아리며

그나마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던진 나를 바라본다


춥다

내 옷은 있는 걸까

라지, 미디엄, 스몰…

내 사이즈는 무엇인가


이 옷에 맞기 위해

미친 듯이 운동하고 굶어 살을 빼고

저 옷에 맞기 위해

미친 듯이 먹어 대서 살을 불린다


애를 쓴다

눈을 가려 앞을 보지 않고

귀를 틀어막아 듣지 않고

온몸을 꽁꽁 묶어 사지를 못쓰게 한 뒤

뾰족한 것으로 허벅지를 쑤셔가며 온갖 본성의 욕구를 통제한다 


시발

내가 왜 맞춰야 하나

기성복이 안 맞으면 맞춤복을 주면 안 되나

있는 놈들만 맞춤복을 입으니 나 원 참.. 역겨워서 못살겠다


이놈의 옷은 내 사이즈가 없다

됐다

그냥 벗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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