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화된 사이즈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
아무리 내 몸에 맞는 것을 찾아보려 해도
어떻게든 그 옷에 맞춰보려 해도
내 몸에 꼭 맞는 것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헐렁해서 안 입은 것만 못하고
꽉 끼어 숨조차 쉴 수 없는
내 앞에 몇 벌의 옷들을 펼쳐보며
내 몸을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탄을 시작한다
한 겹, 두 겹, 세 겹...
겹겹이 옷을 껴입은 사람들을 찾아보고
그들이 입고 있는 옷들을 헤아리며
그나마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던진 나를 바라본다
춥다
내 옷은 있는 걸까
라지, 미디엄, 스몰…
내 사이즈는 무엇인가
이 옷에 맞기 위해
미친 듯이 운동하고 굶어 살을 빼고
저 옷에 맞기 위해
미친 듯이 먹어 대서 살을 불린다
애를 쓴다
눈을 가려 앞을 보지 않고
귀를 틀어막아 듣지 않고
온몸을 꽁꽁 묶어 사지를 못쓰게 한 뒤
뾰족한 것으로 허벅지를 쑤셔가며 온갖 본성의 욕구를 통제한다
시발
내가 왜 맞춰야 하나
기성복이 안 맞으면 맞춤복을 주면 안 되나
있는 놈들만 맞춤복을 입으니 나 원 참.. 역겨워서 못살겠다
이놈의 옷은 내 사이즈가 없다
됐다
그냥 벗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