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패딩을 입고
비슷한 배낭을 메고
비슷한 곳으로 향한다
최대한 많은 곳을 볼 수 있도록
최대한 싸게 묵을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손 안의 든 네모난 세상의
누군가의 기록을 보고
누군가와 같은 기록을 남긴다
같은 장소, 같은 음식, 같은 코스
‘같은’이라는 테두리 안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다른’이라는 테두리 밖은 적막만이 가득하다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나만의 답을 선택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무색해져 간다
여행의 모형과 비슷하게 만들어가는 인생의 집도
‘나’라는 기둥이 허물어지고 ‘남’이 그 자리를 채운다
더는 내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