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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Jan 06. 2020

동그라미 세상



동그라미 세상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

자리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니

수많은 동그라미들이 나를 쳐다본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 테두리에 둘러싸여

검은색 동공만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동그라미


하나, 둘, 셋..


예전에는 모두가 하나의 동그라미를 가지고 있어 평등한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그 개수가 많아지고 확대되어 하나의 동그라미는 초라해 보인다


 조그마한 동그라미 덕분에

나를 잘 박제하여

남에게 잘 보여주는 것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성능 좋은 동그라미라도

순간의 한쪽 면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럼에도 사람들은 눈앞의 세상보다

동그라미 속 세상을 더 소중히 여긴다


중요한 많은 것들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고

변하지 않는 것보다 변하는 것이다


만들어낸 동그라미보다

타고난 동그라미를


틀 안의 세상보다

틀이 없는 세상을


바라보자

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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