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뜨거운 불길이 남아있는 유골함을 들고납골당으로 가는 버스를 향해 걸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걸었다. 나는 이 과정과 절차가 지나치게 형식적이어서 그의 죽음이 더 슬펐다. 아무리 삶의 많은 부분이 형식 안에 담긴다 해도 죽음도 그 형식을 따라야만 하니, 결국 인간은 그들이 만든 형식 속에 매몰되어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납골당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안치할 공간을 선택해야 했다. 납골당은 공간의 크기와 높이에 따라서 가격이 달랐다. 성인 여자 평균 눈높이 맞는(적당히 위와 아래에 있는) 위치가 가장 비싸고, 공간이 살짝 넓은 곳이 더 비쌌다. 그런데 나는 모든 것이 같아 보였다. 같은 공간에 칸막이만 설치해서 보는 사람이 보기 좋은 위치가 가장 비싼 것이었다. 나는 그를 특실의 맨 밑 칸에 안치하였다. 그 당시에 아무 말도 없는 가족, 친척, 그의 친구들은 시간이 지나고 내게 안치된 자리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나는 납골당에 찾아오지 않는 그들의 푸념을 한 귀로 흘렸지만, 어머니는 그럴 수 없었나 보다. 나는 결국 납골당의 2층이 완공된다면 좋은 위치로 유골함을 옮기자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