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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Dec 28. 2019

기억의 바다



기억의 바다


거리를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어느 공간이 나를 잡고

어느 향기가 나를 맡고

어느 음식이 나를 삼킨다


그것들이 내 기억 속에서

잔잔한 물결을 만들고

거센 파도가 되어 나를 덮친다


나는 출렁이는 파도에 휩쓸려

현실의 모래사장에서 멀어지다가

이내 기억의 바다에 잠긴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일렁이는 햇빛을 향해 손을 뻗고 발버둥을 치지만

더 깊은 심해로 점점 가라앉는다


공기도 땅도 빛도 없는

어둠의 심연에서

더는 의지할 곳 없어 눈을 감으니

너의 얼굴이 보인다


그랬지

그랬었지


그것들이 내 기억 속에 깊이 서려 있는 건

그 순간 네가 있기 때문이었지


눈을 뜬다

숨을 쉰다

모래사장을 밟는다

햇빛이 쏟아진다


그 한가운데 익숙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그때의 우리가 아직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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