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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Dec 20. 2019

기억의 때



기억의 때


기억의 때를 지우고 싶다

밝은 기억들 사이에 끼어 있는 어두운 기억의 때, 그것이 나를 서서히 잠식해간다

기억의 때는 어둡고 눅눅한 곳에서 번식하는 곰팡이와 같아서 오래 묵힐수록 검게 퍼진다

그렇게 밝은 기억들 사이에서 명확한 구분을 만들어낸다 


희미했던 기억의 때가 고착되어 뚜렷해지기 전에 모조리 지워내자

락스로 화장실 타일 사이에 낀 곰팡이를 벗겨내 듯이

독한 냄새로 그 전의 냄새들을 싹 다 지우듯이

어두운 기억의 때를 빨아서 그 흔적들을 모조리 지워내 버리자


그러면 한동안은 버틸 만하겠지

어두운 곳에 숨어서 기억의 때가 다시 피어나더라도

잠시 동안은 밝은 기억 속에 살겠지


때를 벗겨내자

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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