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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Apr 12. 2020

무심한 여름


무심한 여름


재작년 여름은 유난히 더웠더랬지
엄마는 그 여름을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입맛을 잃어버린 아빠에게 줄 콩국물을 사기 바빴고, 울기 바빴고, 병실에서 사라진 그를 찾길 바빴고, 외면하기 바빴고, 걱정하기 바빴고, 보험회사와 통화하기 바빴고, 숨기기 바빴고, 체념하기 바빴고, 말라가는 허벅지를 주무르기 바빴고, 똥오줌 닦느라 바빴고, 둑을 쌓기 바빴고,
그래도 등엔 땀이 흥건했더랬지


그 여름의 순간을 전해 듣고도 할 일 했던 나는,
지만 생각하는 싸가지 없는 새끼


작년 여름은 재작년 같지 않다더라
다가올 여름도 재작년 같을 순 없겠지
영원히 알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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