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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Apr 19. 2020

농구공이 되고 싶어


농구공이 되고 싶어


다음 생에 태어나면
농구공이 되고 싶어


배부르게 채워

이곳저곳

말랑하게 만지면서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어


촉촉해진 숨결

격한 주름

손끝으로 전달되는 떨림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어


세상의 모난 돌멩이, 구덩이, 모퉁이

초록 포장지에 모조리 싸잡아 넣고

매끄러운 바닥에만 붙어있고 싶어


태양 아래서 힘이 들면

링 안팎에서 기우뚱거리다

모두가 나를 주목할 때 즈음

모른 척 쓰러지고 싶어


바람을 가르는 시간보다

을 밀어내는 시간보다

멍하게 누워있는 시간이 많고 싶어


귀찮으면 배 속의 것을 게워내거나

뻥 하고 방귀를 뀌어서

허무하게 서 있는 그들을 보고 킥킥대다가

구석에서 다른 친구를 보고 싶어


그럼
그물에 잡히던, 더러워지던, 백보드에 맞건, 헛돌던, 발에 밟히던,
상관없이

투덜대지 않살 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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