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책상 왼편에 자리 잡은 책장 하나.
총 9칸으로 이루어진 이 책장은
주인의 내면세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 책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 주인의 관심사와 생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
각 칸에 꽂힌 책들은
주인의 지적 여정과 삶의 방향을 말없이 증명해 준다.
책장 첫 번째 칸에는 주식 기법과 관련된 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의 마법사들’, ‘피터 린치의 이기는 습관’, ‘돈의 심리학’ 같은 책들은 주인의 투자 철학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이 책들을 통해 반추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자신의 투자전략을 재정립해 나갔다.
두 번째 칸에는 경제와 금융의 흐름을 분석하는 책들이 있다. ‘화폐전쟁’, ‘인플레이션’,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 등이 금융 시장의 거시적 관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시장 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그 흐름에 맞추어 나만의 길을 찾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세 번째 칸은 정신력과 삶의 태도를 다룬 책들로 채워져 있다. ‘나폴레온 힐 성공의 법칙’, ‘GRIT’, ‘멘탈의 연금술’은 끊임없이 나를 발전시키고 내면의 힘을 다지게 해 준 중요한 책들이다. 이 책들을 읽으며 나는 삶의 도전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
책장의 2단으로 넘어가면, 첫 번째 칸에는 성공의 핵심 원칙을 다룬 책들이 있다. ‘타이탄의 도구들’, ‘레버리지’, ‘슈퍼 석세스’ 같은 책들이 이곳을 채우고 있었다. 한때 나는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방식을 통해 나만의 성공 전략을 찾고자 했지만, 이제는 이 책들이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마다 성공의 모형은 다르고, 그 방법 또한 제각각이다.
나에게 성공이란 더 이상 물질적 성취가 아니었다. 나에게 성공이란 ‘인간답게 살다 죽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유.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규범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내가 정의한 '인간다운 삶'의 골자다.
이를 위해 나는 먼저 ‘돈’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돈이란 삶을 위한 도구이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선, 돈의 특성과 흐름을 이해하고, 돈을 지배하는 법을 익혀야만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자연스럽게 경제, 금융, 그리고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들이기로 선택했다.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이 성공방식이라 부르짖는 것들이 나에게는 불필요한 것이 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의 심리를 다루거나, 성공한 사업가들의 방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읽고 대응하는 법을 익히고, 나 자신을 다루는 것이 내 삶에 더 중요해졌다. 더 이상 나에게 불필요한 사업가들의 성공법에 관한 책들을 모두 책장에서 빼내고,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들로 책장을 채우기로 결심했다.
최근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글쓰기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그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은 항상 어렵기만 했다. 어휘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싶어 한자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도 글쓰기 때문이었다. "한자의 부수 214자만 외우면 된다"는 한문 선생의 말은 나에게 도전 과제를 던져주었다. 나는 100일간 하루 2~3 단어씩 외우기로 했다. 너무 느리거나 천천히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에게 맞는 속도를 잘 알고 있었다. 무리한 계획은 곧 포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무수히 많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두 달이 지나면서 나는 한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조금씩 잃어갔다. '한자 공부를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자.'는 생각을 했고, 평소 좋아하는 금강경에 담긴 한자들을 떠올렸다. 금강경의 한자를 공부하는 것은 단순한 어휘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한자와 불교 철학을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나는 지적인 즐거움을 느꼈다. 금강경 목차에 담긴 사자성어 32개를 하루에 하나씩 익히기로 했다. ‘하루 단 한 개!’라는 목표는 내가 게으름을 피워도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나를 위한 맞춤 요령이었다.
금강경의 목차를 따라가다 보니, 나는 어느새 한자의 의미 해석에 푹 빠져들었다. ‘일상무상(一相無相)’은 하나의 상(相)도 결국 상이므로, 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고 했던 경구가 떠오르며, ‘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휘 확장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는 한자에 대한 새로운 흥미가 샘솟았다. 점점 한자 관련 서적들이 책상 위에 가득 쌓여갔다.
결국 나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책들, 자기 계발 서적으로 가득한 책장을 비우고, 그 자리에 세상의 이치를 담은 금강경, 화엄경, 장자, 대승기신론 같은 한자와 불교 서적으로 다시 채워 넣었다. 이제 진정으로 내가 집중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책장을 정리하는 것은 나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오로지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만 남겼다. 이과정은 단순한 물리적 정리가 아니라, 나의 삶을 재정비하는 중요한 기회였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철학적 가르침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과거에는 필요했던 것들이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고, 그 빈 공간은 새로운 관심사로 채워졌다. 나는 나에게 진정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한 번,
책장과 마음속에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