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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오모스 Oct 17. 2024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자세히 보야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 꽃, 나태주 - 



“누나, 호흡 속에 세상이 있어요.” 


친한 동생이 무심코 던진 이 한 마디가 내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그 순간, 벅찬 감동이 박하사탕처럼 서늘하고 상쾌하게 온몸에 퍼져 나갔다. 불과 두 달 전, 그가 “누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에게 ‘호흡 관찰’을 추천했다. '호흡 관찰'은 내면을 돌아보고 자아를 객관화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훈련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흡 관찰을 추천한 이유는 명확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때로 감정의 소용돌이나 외부의 스트레스에 휘둘린다. 그럴 때마다 ‘관찰하는 자아’, 즉 자신의 상태를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흔들리는 감정에 휘말리고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호흡 관찰'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고,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길 바랐다. 


두 달이 지난 지금, 동생이 호흡을 통해 세상을 보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가 이 훈련을 열심히 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말속에는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었고, 나는 그가 얻은 결과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호흡 속에서 어떤 세상을 봤니?”

“음… 잘 모르겠어요.”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동생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이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흡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잖아요. 그런데 산책을 하면서 호흡을 관찰해 보니까, 호흡이 조금씩 어긋나는 것을 느꼈어요. 기복이 있다고 할까요? 그 순간,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에도 기복이 있잖아요. 살아가면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발을 헛디뎌 삐끗하기도 하죠. 저는 그런 상황에서 좌절하고 일어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호흡을 관찰해 보니, 그 자연스러운 호흡에도 기복이 있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인생에도 기복이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의… 순리…라고 해야 할까요?” 


“세상의 이치?” 


“네, 맞아요. 이 모든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숨을 깊게 쉬어야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깊게 숨을 쉬는 것처럼, 어떤 일이든 깊게 관심을 가지고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저는 그동안 모든 것을 건성으로, 무관심하게 해 왔던 것 같아요. 이제는 단 하나의 일이라도 깊게 관찰하고, 의미를 찾아가면서 하고 싶어요. 호흡을 깊이 관찰하니 그 속에 세상의 이치가 있었던 것처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생의 설명은 단순한 이야기 같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다. 호흡의 기복과 인생의 기복을 연결시키며, 인생에 기복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그의 성장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느낀 감동을 동생에게 전해 주었다. 


"네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이렇게 행복한데, 그 순간의 너는 얼마나 큰 기쁨을 느꼈을까? 정말 고마워,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나눠줘서..” 




그의 깨달음은 인생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냈다. 우리가 얕게 숨을 쉬듯, 많은 일을 얕게 바라보거나 건성으로 넘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호흡 속에도 세상의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그는 느낀 것이다.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그와 같은 경험을 떠올렸다. 나 역시 예전에는 작은 고통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민감했다. 좌절하고 낙담하는 순간들 속에서, 그저 고통을 피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삶은 고통과 기쁨, 이 두 가지가 반복되며 그 안에 깊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시구가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동생은 호흡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인생의 고통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고통은 단순히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깊이 이해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고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그 속에서 삶의 소중함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고통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성숙해지며, 결국 진정한 행복을 찾는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동생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우리는 종종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기 쉽다. 무심코 지나치는 그 순간들 속에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이 숨겨져 있는지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그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도, 인생도 그렇다. 한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인생의 고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도 빛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것들을 지나치듯 스쳐가지만, 조금 더 깊이, 자세히 보려는 노력이 우리를 더 풍요롭고 행복한 길로 이끌어줄 것이다. 



삶을 더 깊고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다. 

삶을 더 가까이서 오래도록 들여다 보야야겠다. 

삶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더 많이 발견하기 위해...

삶을 사랑하고 즐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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