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청량함이 가득한 오솔길,
그 안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바람에 실려오는 나뭇잎들의 속삭임이
어느새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살며시 귀를 열고, 두 눈을 감아본다.
사라락 사라락,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나지막한 소리가 마음 깊숙이 흘러든다.
비가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피어나는
흙과 나무의 청량한 향기,
묵직하면서도 맑디맑은 자연의 내음이
코 끝에서 시작해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운다.
온몸으로 이 숲을 받아들이며 눈을 뜨니,
따스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눈앞에는 빛나는 초록빛 생명이 넘실댄다.
나의 오감과 마음, 머릿속은
온통 숲으로 가득 찬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닌
숲, 그 자체가 된다.
"그래, 바로 이거야."
매일 걷는 산책길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이 순간,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삶이 바로 여기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삶’을 내가 누리고 있다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가슴 속에서부터 따스하게 차오르는 완전한 충만감이 나를 감싼다. 이렇듯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은 내 안의 감각과 감정이 나를 온전히 깨우는 순간이자, 내가 세상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이처럼 살아있다는 감각은 언제 자주 느낄 수 있을까?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된 순간들이 있다. 감각적이고 감정적 존재인 인간은 감각과 감정이 극대화될때 그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우리는 완전히 몰입하거나 감정적으로 충만한 순간들 속에서 비로소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위험을 마주할 때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위험은 본능적으로 우리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여 긴장과 동시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아찔한 높이에서 내려다볼 때, 강렬한 속도감 속에 몸을 맡길 때, 혹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과 마주할 때, 신체와 정신이 모두 각성된다. 위험 속에서 경험하는 긴장감은 우리가 생명체로서 살아 있음을실감하게 한다.
깊은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살아 있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사랑, 슬픔, 기쁨, 분노와 같은 감정들은 우리 마음 깊숙이 자리하며, 우리로하여금 자신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는 순간, 큰 슬픔 속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또는 감동적인 예술작품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내가 지금 살아 있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몰입의 순간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몰입은 우리를 지금 이 순간으로 완전히 끌어들이며, 시간과 장소의 개념을 잊게 한다. 운동, 음악, 예술 창작, 혹은 자연 속을 거니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온전히 몰입하며 살아 있음을 경험한다. 몰입은 “이 순간” 그 자체로우리를 존재하게 한다.
자기 성장과 도전에 임할 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때 우리는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을 느낀다. 작은 성공이라도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순간의 성취가 인생을 충만하게 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 살아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다. 바다의 파도 소리, 숲 속의 바람,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볼 때 우리는원초적 감각을 일깨운다.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경험한다.
살아있다는 감각은 인간에게 단순한 기쁨을 넘어 존재의 근원을 느끼게 해 주는 깊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히 육체적인 생존이 아닌, 정신적이고 감각적인 충만함으로서의 기쁨을 의미한다.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인간이 감각과 감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직면하고, 그 안에서 성취감을 경험하는 일종의 자기 확인이자 자각의 순간디 된다. 이 감각이 주는 기쁨은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는 존재 그 자체에서 오는 기쁨이다. 살아있다는 감각은 ‘내가 여기에 있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을 선사한다. 나라는 존재가 지금 이 세상 어디에 속해 있는지, 나라는존재가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세상과 긴밀히 연결된 존재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런 깨달음은 나의 뿌리를 깊이 뻗게 하고, 삶의 의미를찾아가는 갈망을 충족시킨다. 우리가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쁨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감각과 경험이 선물하는 순수한 즐거움이다. 인간은 감각을 탱해 세상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 살랑이는 바람, 온몸을 감싸는 햇살, 사랑하는 사람과의 온기넘치는 손길. 이런 순간들은 단지 순간이 아니라 온전한 기쁨을 가져다주며,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 감각을열고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 그 자체로 우리는 기쁨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성장과 성취로부터 얻는 기쁨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며, 그 과정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나는 지금더 나아가고 있어’라는 느낌을 받을 때, 우리는 단순한 성취감을 넘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스스로 한계를 넘어선 그 순간, 우리는 더 넓은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며 깊은 기쁨을 얻는다.
인간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 한다. 살아있음을 느낄 때 우리는 세상과 연결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 감각은 삶에서의 허무와 고독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부여하며, 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임을 실감하게 한다.
결국,
살아있음을 향한 갈망은
진정한 자아를 마주하고,
존재에 선명한 의미를 새기려는
인간의 가장 깊고도 뜨거운 열망이다.
그 뜨거운 갈망을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고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이 불꽃을,
어찌 멈출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