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 결심

by 캐모마일티

감정기복이 갈수록 너무나 심해졌다.

작은 것 하나에도 날이 서고 화가 났다.

특히 친했던 우리 팀 팀장님께 아슬아슬 선을 넘기 일보직전.

언젠가 감정 컨트롤에 실패해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겠습니다.


2025년 3월 7일

결국 팀장님께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오래도록 바라온 순간이었건만 맘은 편치 않았다.

내 빈자리를 충원해주지 않을 걸 알았기에, 안 그래도 고생하시는데 더 고생하실 것이기에

가장 친한 동료이자 친구였던 팀장님께 퇴사를 얘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각 외로 팀장님은 덤덤하셨다.

그리고 나의 앞날을 응원해 주셨다.

하지만 팀장님은 아셨을까. 내가 그 순간에도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을.


5년 전인 2020년에도 프리랜서에 도전한 적이 있다.

집에서 혼자 작업하다 보니 우울증에 빠져 도전 두 달 만에 재취업을 했다.

그렇게 들어온 곳이 지금 회사였다.


내가 스스로 잘할 수 있을까?

저번처럼 금방 포기해 버리면 어떡하지?

실수한 게 아닐까? 다시 무른다고 얘기할까?


마음이 요동치고 있을 때,

"다시 생각해봐 줄 수 있나요?"

감사하게도 팀장님은 나를 붙잡아 주셨다.

스르르 풀려버린 마음에

'안 잡아주시면 서운할 뻔했어요!' 라며 장난을 쳤다.

그리고 주말에 병원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말씀드리기로 했다.


2025년 3월 15일

자연임신은 힘들다는 결과를 받았다.

인공수정도 아닌 시험관으로 바로 가야 했다.

이건 운명이구나. 퇴사해야 하는 운명.

흔들렸던 마음이 정리 됐다.


시험관을 진행하려면 연차를 자주 써야만 한다.

기본 2~3일 간격으로 써야하며

어떤 경우는 하루 전날 급히 써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눈치까지 보고 싶지 않았다.

업무스트레스에 눈치까지 더하면 시험관 성공 확률도 낮을 게 분명했으니.


나는 그렇게 퇴사를 하기로 했다.


퇴사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져서 설렜다.

이런 감정이 얼마만인가.

꿈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다니.


인사팀을 통에 받아 본 경력증명서에는 재직기간이 4년 11개월로 적혀있었다.

한 달만 더 다니고 5년 채울 걸 그랬나.

살짝 아깝긴 하지만 내 결정을 후회하진 않는다.


길고 길었던 고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건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 밖이라는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 넘어지고 떨어지더라도 나를 지켜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앞으로는 나를 좀 더 믿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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