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자기 돌봄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예민함이 극에 달하던 때,
업무 스트레스도 컸지만 사무실의 안의 소리, 냄새조차 힘들었다.
누군가 하루 종일 온몸을 바늘로 쿡쿡 찌르며 괴롭히는 것 같은 기분.
대체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은 건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쯤 알게 된 개념이 HSP(Highly Sensitive Person)이다. 고도 민감성 개인 또는 초민감자라고도 한다.
Elaine Aron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용어로 매우 예민한 사람, 과민한 사람을 말한다.
HSP에 대해 알아보다가 한 책을 만나게 됐다.
독서 릴레이의 첫 타자가 된 책이다.
열심히 읽어봤지만 HSP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고 나에게 꼭 맞는 해결법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한 편, 이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이 있었다.
자신에게 자비로울 것
몇십 년 동안 나를 질책하고 비난하면서 살아온 나로서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마음에 자기 돌봄에 대한 다른 책들을 읽어나갔다.
다른 책들 또한 뾰족한 방법들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나를 아껴주라는 것.
내 곁에 항상 있어주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는 것을 알려줬다.
덕분에 나를 사랑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비난하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
02.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자기 돌봄을 위한 책을 시작으로 독서에 맛이 들려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책을 통해 찾기 시작했다.
위 책은 퇴사하기로 마음을 굳힌 뒤
퇴사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퇴사 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고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들은 마케터 출신으로, 퇴사 후 함께 마케팅 회사를 창업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나는 동업자도 없고 아직 창업 아이템도 없었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웹디자인 경력이 있었지만 웹디자인을 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 때문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다른 일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온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이 책에선 콘텐츠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었다.
콘텐츠는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동시에 자신을 브랜딩 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
그래. 콘텐츠의 중요성은 알겠어.
그렇지만 난 대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거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만한 자격이 있긴 할까?
자꾸 의구심이 들었다.
책을 따라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과 엮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봤지만 책 속 사례로 나온 전문가분들에 비해 나는 보잘것없어 보였다.
그러다 만난 책,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도서관에서 그냥 가볍게 읽을만한 에세이를 찾다 제목이 인상 깊어 골랐는데 나의 인생책이 됐다.
작가 이연은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금은 100만 유튜버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 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며 디자인 외주로 근근이 살다가 어느 날 유튜브 콘텐츠 하나가 터져 지금의 유명한 유튜버이자 작가가 되었다.
이 작가는 창작을 낚시에 비유했다.
낚싯대를 여러 개 던져 놓으면 언젠가 하나는 걸리지 않겠냐고.
허탕을 치더라도 즐거운 허탕을 치자고.
어린 나이임에도 작가의 깊은 생각과 표현력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녀는 내 인생에 여태껏 없었던 첫 롤모델이 되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일 필요는 없구나.
그녀의 성장기를 보며 느낀 것은 모두가 처음부터 대단한 사람이었던 게 아니라는 것.
그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는 거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크리에이터가 되자.
브런치 스토리도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다. 작가 승인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막상 시작해보니 또다른 고민이 이어졌다.
내가 꾸준히 만들 수 있는 주제는 뭘까?
나도 좋아하고 대중도 좋아하는 좋은 주제가 대체 뭘까?
다들 어떻게 저렇게 잘 만들고 연재하는 걸까?
나만 어려워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또 도서관을 갔다가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을 만났다.
나는 게으르고 꾸준함이 부족하다. 재밌는 게 아니면 집중도 잘 못한다. 여태 봐온 성공한 사람들은 매우 부지런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저렇게 해야만 성공하는구나. 좌절감이 쌓이는 중이었다.
그런데 게으른데도 돈을 벌 수 있다니! 당장 대출해서 읽어봤다.
읽어보니 이 작가님은 절대 게으르지 않다. 내가 보기엔 엄청 부지런하신 분이다.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엄청 노력하신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처음부터 100퍼센트 좋아하고 잘하는 주제에 대한 확신을 가진 채 시작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고민만 많았던 나를 정신 차리게 만든 문장이다.
나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기록에서 힌트를 얻고, 시행착오를 겪고, 그걸 또 기록으로 남겨라.
마침 나의 특기는 기록하기이다.
매일 일기를 쓰고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고, 리뷰엡에 식당 리뷰를 올린다.
이 중 유일하게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일기 쓰기이다.
일기를 쓰면서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잘 기록해 둔 덕분에 글 쓰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나의 성장과 실패를 계속 기록할 예정이다.
정말 게으른 편이기 때문에 빠른 성과를 보기는커녕 굉장히 지루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하는 데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