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소년들의 섬 / 최흥자
충격이었다.
둔기로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것 같이 나의 모든 사고가 정지된 느낌이었다.
이민선 <오마이뉴스> 기자가 ‘선감학원’에서 있었던 잔혹사를 고발한 르포르타주다.
선감학원은 일제가 소년들을 전쟁 총알받이로 쓰기 위해 세웠다. 일제가 물러간 뒤에는 경기도가 이어받아 1982년까지 운영했다는데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곳에서 소년들에게 가해진 잔혹사다.
선감도는 소년 강제 수용소, 어린소년들이 당해야 했던 폭력과 인권유린의 그 처참한 이야기를 담담한 증언으로 담아낸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를 오롯이 간직한 소년들의 섬이다.
지금은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돼 있지만, 소년들을 잡아 가둘 때는 사방이 검푸른 바다로 가로막힌 섬으로 그 곳에 허울만 좋은 선감학원이 있었다.
선감학원은 “맞아 죽고 굶어 죽고 빠져 죽고, 지옥의 수용소”였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어린소년들에게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국가’가 소년들을 납치해서 가두고, 때리고, 고문하고, 죽이는 일에 앞장섰던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이었다. 그 들이 무슨 큰 잘못을 했기에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지금이라도 국가는 그들 앞에 용서를 빌어야 한다.
“맞아 죽고 굶어 죽고 빠져 죽고” 이 무시한 말 들 속에서 짖밟힌 어린 영혼들과 피기도 전에 꺾여버린 넋들 앞에서 당연히 누군가는 위로의 말을 해야 한다.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는 것이 죄스러웠다.
책을 받아 펼쳐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는 ‘아들’에게 꼭 읽어 보아야할 책이라고 권했다. 가족들을 향해서도 어떻게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자행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대명천지에 일어날 수 있는가 말이다.
국가의 권력은 피를 먹고 자라는 괴수가 되어 아무리 저항하려해도 소용없는 허가된 살인자의 역할을 자행했던 것이다.
그 곳에서 일어난 갖가지 폭력이 얼마나 충격적인지는 한 단락만 확인해도 알 수 있다.
“누군가 죽었는데, 우리 형제한테 창고에 누워 있는 그 시체를 지키며 연탄불을 보라는 거예요. 그때 그곳에서 사람 많이 죽었어요. 그 시체는 배가 고파 무, 배추, 흙까지 막 퍼먹고 배탈이 나 죽은 아이 시신이었어요.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면 불이 꺼지기 전에 새 연탄으로 갈아야 하는데 시체가 난로 옆에 있으니, 무서워서 연탄을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결국, 그거 꺼뜨리고 정말 죽도록 맞았어요. 이게 그때 난 상처입니다.” -책 속에서 -
잃어버린 시간, 아니 짓밟힌 시간들로 삶을 송두리째 망가져버린 상황속에서 벗어나도 온 전체를 압도하고 있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부적응의 사람들, 그 회한의 시간들을 우리들이 위로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 누군가에게 책을 권할 때에는 아프고 힘들지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도 쓰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했던 것처럼 그 것 만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그 섬의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말이다.
생존자들은 이런 끔찍한 기억을 안고 오늘도 자기 몫의 인생을 살아간다. 어린 시절에 당한 인권유린은 지금도 흉터처럼 남아, 가끔씩 꿈속에서 그들을 괴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