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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집 Feb 08. 2018

겨울비와 천둥

겨울비와 천둥번개

새벽운동을 나가려고 일어나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며칠 있으면 설날이고 설날 전에 미리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여 설 준비에 운동을 못 하더라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안 할 정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아침 운동을 격일로 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한 아침부터 비를 만난 것이다.

나는 운동 나갈 것을 그만두고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본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제법 굵은 빗발에 눈을 섞여 내리며 천둥번개를 동반하고 있다. 우루루  ~~~ 꽝! 한차례 심한 굉음이 울리고, 이어서 먼 곳으로 옮겨간 천둥이 두 차례 위력을 과시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랜만에 듣는 겨울천둥 소리다. 우리부모님의 세대에는 겨울에 천둥을 치면 큰사람(권력을 가진 자)이 참변(혁명)을 당한다는 신빙성은 없는 말이지만 전해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천둥소리는 벼락이 떨어지는 무서움보다 마음은 좋지 않다. 천둥소리에 이어 하늘을 가르고 순간, 빛을 발하며 사라지는 번개, 천둥과 번개는 야합하여 한바탕 공중전을 치르듯, 천지를 뒤흔들어 놓는다. 천둥소리의 위력은 그 무엇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 

번개는 짧은 생명이지만 불꽃처럼 살다간 사람들의 영혼처럼 공중에 한 획을 긋고 사라진다. w한창 젊은 나이로 나와 생사를 가른 두 명의 아들 생각이 나의 뇌를 스친다. 이런 나의 마음상태에서 또다시 천둥소리가 나의 뇌리를 때리듯 머리위에서 호령을 한다.  명상하는 나무와 고요한 바다가 쉬어가는 바람을 깨우고, 나 같이 아들의 생존을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사람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

천둥은 마치 하늘의 특권인양 천하를 뒤흔들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천지간에 나보다 강한 자가 누구냐, 그리고 나보다 빠른 것이 무엇이냐, 사방을 넘나들고 있는 지금이지만 나는 겁도 없이 천둥소리를 반기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천둥벌거숭이는 아니다. 위험한 천둥번개소리지만, 집안에서 들으니 천둥소리는 개선장군의 승전소리와도 같고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나의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계절이 바뀔 때면 영락없이  비가 내린다. 그리고 계절의 한가운데 들어서도 비는 여러 차례 오지만  좀처럼 천둥번개가 동반한 겨울비는 만나기 어렵다. 

천둥은 공중의 전기와 땅위의 전기 사이에 방전(放電)으로 인하여 찰나에 일어나는 것이라는데, 그 자연현상의 오묘하다. 하늘과 땅 사이의 음극과 양국의 만나 전압을 높이고 그 전류로 강한 스파크를 일으키니 천지간의 합의 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땅을 가르는듯한 큰 굉음과 함께 파워와 광체가 나는 것일 것이다.

이 우주와 대 자연이 태초에 음과 양의 합은 천둥에서부터 시작 되었는지도 모른다. 

흐르는 전류에 감전되어 목숨을 잃은 사람은 그날의 운과 부주의 탓이지만, 죄 많은 사람은 벼락 치는 날에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한다. 이 말은 하늘을 뭐하며 사라는 경고의 소리리라, 

죄를 짓고도 무신경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순간이나마 천둥번개를 두려워하게 되니, 천둥소리는 하늘의 듯을 전달해주는 매신저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천둥 번개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지만,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은 음과 양의 스파크가 모티브가 되는지도 모른다. 결혼이 그렇고 생명 창조가 그런 것만 같다.  이 세상은 음과 양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모든 창조와 흐름은 은과 양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 이다. 여성과 남성, 자음과 모음, 열쇠와 자물쇠, 볼트와 너트, 톱니바퀴, 똑딱단추, 나사못 등등…… 이 세상에 모든 것들은 암수가 있어 서로 제짝을 만나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울림과 모양이 되고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 번의 눈 맞춤으로 세상 만물의 생성과정이 경이롭다. 나무에도 암수가 있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나비는 꽃을 찾아 선회하고 …… 아, 천둥처럼 한순간의 스파크로 온몸을 태울 수 있는 불 꽃 같은 삶을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은  기가 막힌 생명의 환희이기도 하다.

우르르… …꽝! 꽝! 

또한 차례천둥은 내 머리위에서 비와함께 요동을 치더니, 어느 듯 저 멀리 가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 방은 마치 중동지구의 사막에 떨어지는 소리 같고, 또 한방은 아프리카의 정글마을에 떨어지는 포탄소리처럼 아득히 들여온다.

그 하늘 아래 아비규환을 이루는 사람과 동물들이 모습이 떠오른다. 나라와 나라 간에 대립, 민족과민조간의 갈등은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서로 다른 이념의 충돌로 피를 흘릴 것인지……서로 다른 음과 양의 부딪침으로 불이 일어나고, 서로 다른 암수의 눈 맞춤으로 아름다워 지는 세상, 이 세상은 부리 속에 있지만 불행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듯 부조리를 통해 적극적인 삶의 욕구를 느끼기도 한다. 

오늘 비는 신랑신부가 천둥 번개와 함께 여행하며, 이 세상의 원리와 조화와 상관(相關)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행복을 만들었으면 한다. 

나도 오늘의 겨울비의 천둥은  나와 사별한 아들과도 상관이 없고, 죄 많은 사람과 관계있는 천둥도 아니고, 아름다운 세상을 유지하는 한 과정이며,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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