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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집 Mar 20. 2018

청춘의 값

그런 세상과 “청춘의 값”

“근원 수필”을 뒤적이다가 갑자기 명치가 아팠다. 머릿속이 엉킬 때 두통약 대신에 읽고 또 읽는 책이다. 

월북화가 근원(近園)김용준의 수묵담체 같은 문장은 언제나 위안이다. 그런데 세삼 거실리더니 명치끝에 딱 걸려 내려가지 않은 대목은 이렇다. “예나 이제나 공부라고 한다는 사람들은 모조리 그렇게 빈복(貧福)을 타고 났는지, 00선생도 몇날 며칠 군불 맛을 못 봤는지 , 올을 떨고 앉았으면서도 압만 살아서 간트가 어쩌니 헤겔이 어쩌니 하고 떠들고 있다.”

가난이 복이라니, 공부와 가난이 복이라니 형용모순에 이율배반, 근원이 알던 00선생은 현실에는 없어진 전설의 인물이다. 보일러 터진 방에 살아서는 칸트를 애초에 마날 수 없다. 밥 먹여주지 않은 철학 따위에 눈을 돌일 새가 없다. 입만 살아 헤겔을 말할 배짱은 더구나 없다.

그 좋았던 근원이 명치에 걸린 것은 지난주다. 지난주에 내가 읽은 흙 수저 청춘들의 쓴 생활 고백서다. 그들은 정부에서 자랑하는 특성화고등학생의 생활기록이다. 현장실습 중 압착기에 눌러 숨진 특성화고 3학년생을 생각하면서 써내려간 그 청춘들의 세상을 향하여 소리치는 한과 눈물의 함성이다. 

그날은 또래의 금수저 들이 수능을 보는 날이다. 그날 숨진 어린청춘의 빈소는 차려졌지만, 그 장소는 고장 난 실습실기계주변인데 또래의 친한 친구 한명만 서성이었다고 한다.

특성 화 고는 예전의  고업고등학교다. 특목고를 줄이든, 일반고를 살리든, 정대평가를 도입하든 학생들의 종합전형은 금수저가 아니면 아무리 노력을 한들 상위계층으로 가는 사다리는 아예 없는 사회다. 

그런 세상에서 그들은 그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살수 있다는 꿈을 꿀뿐이었다. 얼마나 순진한 꿈이었는지는 졸업반 되어 현장실습 나가야 안 다고 한다. 

전공과 상관없이 주당 70시간의 노동을 감당하기 일쑤란다. 하루12시간을 일해도 수당을 모두 합쳐봤자 월급은 100만원 남짓, 말도 안 되는 이 현실마저 목숨을 잃어야 경우 한마디씩 세상에 고발 할 수 있다. 근년에 지하철역에서 사고와 통신사 콜센터에서 ‘콜 수’를  못 채웠던 여공이 사고가 그렇다. 이들은 경우 열아홉 살의 청춘들이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우리들의 이선을 우리는 모두 못 본 척 보고 있다. 학벌사회를 극복하자면서 현실의 손가락은 엉End한 곳을 가리킨다. 이들의 엄마의 눈물에 엄마들은 냉가슴을 쓸었다. 

“어떻게든 내 자식은 대학을 보내서 다행”이라고‘ 

이들의 청춘 값이 이렇게 초라 할 수가 없다. 전부의 모르쇠반응은 이상할 정도다. 교육을 빙자한 노동력의 착취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진작 매를 들어 야 하는 것이다. 표준협약서를 작성하는 현장 실습장의 지침이 휴지조각이라는 사실은 해당부처가 더 잘 안다. 이런 정책ㅇㄹ 하고 정부는 직업계 고교의 취업률이 또 올랐다고 자랑한다.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목매도 정책이 콧방귀도 안 뀌는 이유가 있다. 비정규직, 알바, 핵종, 로스쿨만 일별해도 가늠되는 것이다. 청년 문제들은 기회의 차별의 논쟁이다. 서민들은 발을 굴러도 정책의 맹탕에 뒷북인 이유는 하나, 정책의 제조자들의 발등에 그 불이 떨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ㅇ에게 비정규직 아들, 딸이 있을까, 시급 몇 십 원을 따지는 알바생 자녀가 있을까, 

,학종이 금수저들에게 불리한 흙수저 전형이 있었다면 득달같이 손질 했을 것이다. 서울 대 교수가 고등학생 아들의 이름을 자신의 논문 수십 편에 공저로 올린 끔찍한 자식 사랑은 “실화‘다. 

실력자 아버지가 뒷심을 써줄 수 있는 ‘보험’이 아니라면 로스쿨 제도는 진작에 패지 또는 개혁했어야 했다.

합리적인 의심의 배경은 도처에서 쉬지 않고 불거진다. 천신만고 끝에 마무리된 정부정책들은 수시로 현실에 맞춰나가야 한다. 인사검증에서 수십억 연봉이 논란되자 어느 장관은 “그런 세상이 있다.” 고 능청을 떨었다고 한다. 

‘그런 세상’의 성문 밖에 사는 열아홉 청춘들이 추운 세상으로 나와 대모를 했다. 현장실습장에서 기계부품만은 사고를 안 나는 방향에서 결절해달고 매달리고 있다. 몇날 며칠 군불 맛을 못 봐도입만은 살아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 그래야 청춘인데. 청춘은 이보다 더 헐값에 후려쳐 넘기지는 말자, 교육부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이 따뜻한 빵처럼 정책을 반죽하면 된다. 당신들의 아들달과 내 아들의 목구멍으로 넘어갈 수 있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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