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은 할 말이 있을 때만 한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17 ~ 18세기 아일랜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늙어서 말하지 말아야 할 열여섯 가지 금기(禁忌)를 정리해 목록을 만들었다.
“스위프트”의 ‘다짐(Swift's Resolutions)’이다. 서른두 살 때였다.
1번이 ‘젊은 여성과 결혼하지 말 것이다. 딸이나 손녀 벌되는 새파란 여성 때문에 말년에 불행 해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자는 자기 다짐이었을 것이다. 루퍼트 머독이나 조지소로스라면 몰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 보다도 내가 눈길을 끈 것은 입단속을 강조한 대목들이다. 1, 같은 사람에게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하지 말 것, 2, 청하지도 않은 조언이나 훈계를 늘어놓지 말 것. 3, 많은 말과 특히 내 얘기를 삼가 할 것, 4,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시키지도 않은 말을 실타래처럼 틀어놓아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 말 것, 또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이란 책을 쓴 미국의 여류작가 도티 빌링턴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면 늙었다는 증거” 라고 말한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의견에 호기심 갖고 귀를 기우리기보다 상대방의 의견에 토를 달지 못해 좀이 쑤시기 시작하면 나이가 든 징조라는 것이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를 연발하며 자기 생각을 강요하려하면 환영 받는 노인이 될 수 없다. 그게 어디 나이든 사람들뿐일까? 주변을 둘러봐도 자기 말을 많이 하는 사라보다 남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환영 받는다.
들어 주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려고 애쓰는 사람, 한마디로 공감(Empathy)할 줄 아는 사람이 인기가 높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어떤 판단이나 비판을 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빌링턴은 말한다. 표정과 말로 맞장구를 쳐줌으로써 상대의 감정과 처지를 이해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우리사회는 세대 간 불통(不通)문제가 심각하다.
부모와 자식 간에 말의 통하지 않고, 2030세대는 5060세대와 말의 안통하다고 불만이다. 나이 든 세대는 자기 말에 귀를 기울우리지 않은 젊은 세대가 섭섭할지 모르지만 젊은 세대는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주기보다는 자기 경험에 근거한 충고와 와 훈계를 일삼는 나이든 세대가 답답할지 모른다.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아픔과 고민을 공감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용기와 위안을 얻는다. 어차피 그들 문제는 그들 스스로 풀어야한다. 자기 얘기만하고 남의 얘기를 안 들으려 하면 대화가 안 된다. 개인이나 사회는 마찬가지다. 풀라톤은 “현명한사람은 할 말이 있을 때만 말한다.” 고 했다. 나이든 사라들부터 형명해질 필요가 있다. ‘스위프트’의 다짐은 지금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