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뉴올리언스: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by 찬비

프렌치쿼터 구석에 있는 프렌치맨 스트릿에 도착하자, 근처 음악 바와 클럽에서는 모두 재즈를 연주하고 있었다. 아, 여기였구나! 어떤 바에서는 수자폰,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까지 브라스를 빵빵하게 채워서 재즈를 연주하는가 하면 어떤 바에서는 기타, 피아노, 보컬의 간단한 구성으로 공연하기도 한다. 우리는 거리를 훑으며 각 바의 음악을 듣고는 끌리는 곳으로 들어갔다.


‘올스타’는 딱히 없었지만, 오히려 이곳이 더 좋았다. 장르도, 악기 구성도, 그런 이들이 하는 음악도 모두 다양해서 좋았다. 트렘 브라스 밴드(Treme Brass Band)의 공연에서는 색소폰 연주자가 갑자기 굉장한 소울을 담아 구슬픈 노래를 멋지게 불렀던 것이 기억에 남고, 베티 셜리(Betty Shirley)라는 나이 지긋한 보컬리스트의 공연에서는 피아노와 드럼이라는 간단한 구성임에도 활짝 웃으며 서로의 연주를 칭찬하던 연주자들이 좋았다. 몸이 더이상 버티지 못할 때까지 공연장에 머물다가 슬퍼하며 귀가하던 매일이었다.


3. 뉴올리언스 - frenchmen street.png


버번 스트릿과 프렌치맨 스트릿, 어떤 게 달랐을까? 버번 스트릿이 더 접근성이 좋아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는 점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올스타’의 여부가 큰 차이일 거라 생각했다. 당연하게 보장되는 자리고, 멤버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면 자발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이상 음악은 제자리에 있을 것이다. 프릿첼 유러피안 재즈 펍은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의 명소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 연주 퀄리티만 닿으면 되지, 세계 최고의 연주자가 될 필욘 없다. 굳이 내 색깔을 드러낼 필요도 없다.


하지만 내가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각 연주자의 색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형식 안에서 계속해서 실험하는 연주자들이 좋았다. 같은 곡이라도 어떤 사람들이 연주하는가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지는 분위기, 원래 8마디만 솔로하기로 했는데 삘을 받은 나머지 16마디, 24마디 계속해서 늘어나는 솔로 연주, 결국 5분짜리 곡이 10분이 되고, 관객은 그 신들린 연주를 바라보며 감명 받을 때마다 박수를 치는 그런 즉흥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멤버가 바뀌고 무대가 바뀔 때마다 조금은 긴장되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하게 되는 마음을, 생각지도 못했던 솔로를 연주할 때 감명 받는 연주자를 보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조금씩은 변화할 수밖에 없는 프렌치맨 스트릿에서의 공연을 즐겁게 본 게 아니었을까.


이런 인상은 신기하게도 여행하며 계속 해왔던 생각과 맞닿았다. 한국에서는 드디어 한 회사에서 3년 이상 다니면서 자리 잡은 나였는데, 밖에 나와 보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100% 확신이 없는 방향으로는 도무지 시도하려 하지 않는 겁쟁이였다. 딱 나에게 주어진 솔로 길이만 채우고 나면 휴, 이번 턴도 끝이네 하고 안심해버리는 나. 밖에서 보면 번듯한 직장에, 번듯한 집에 사는 사람이니 잘 살고 있구나 생각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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