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장기 여행, 그리고 루틴 만들기

오히려 긴 여행이라면 필수적인 것들

by 찬비
444569_3056722_1761306571499283330.png (좌) 베녜 ❤️ - (중) 앞에 있는 걸쭉한 수프가 검보입니다 - (우) 머팔레타

그렇게 우리는 샌드위치와 베녜, 프라이드치킨, 콜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쉬기로 해놓고 벌써 만 보를 넘게 걸었지만, 다시 먹을 걸 사러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풍족한 기분이었다. 테이블 앞에는 아이패드를 세워 넷플릭스 ⟨크라임씬⟩을 틀어두고, 천천히 사온 것들을 먹었다. 머플레타 샌드위치는 생각보다 짰지만 올리브와 햄의 조합에서 잠시 이탈리아를 느꼈고, 프라이드 치킨은 정말 바삭하게 튀겨져서 입에서 파사삭 씹히는 소리가 즐거웠다(물론 J는 한국과 비슷한 맛이라곤 했다). 다 먹고 난 후엔 베녜가 담긴 종이봉투를 열었다. 갓 튀겨진 베녜만큼의 감동은 아니지만, 역시 그래도 달콤하고 폭신하다. 한 개씩 먹고 남은 한 개는 반씩 쪼개어서 남기지 않고 먹었다.


⟨크라임씬⟩은 당연히 재미있었지만, 에어컨으로 시원한 뉴올리언스의 호텔방에서 맛있는 걸 잔뜩 먹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보는 것이라 더 좋았다. 하얗고 바스락거리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따뜻한 J의 옆에 붙어서 범인을 맞추었던 기억은 그 어느 날보다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실 쉬고 싶다고 J에게 이야기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불안했다. 일주일 여행하고 벌써 지쳐버린 걸까, 하루 쉬었는데 그 다음날도 또 쉬고 싶으면 어쩌지. 나도 확신이 없는 상태였기에 J가 그래도 나가자고 했다면 나는 쉬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했던 전날의 마음과 달리, 다음날 일어나서는 한층 상쾌해진 기분이 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깨어서는 오늘 뭐 할지 계획을 싹 세워두었다. 통으로 즐기기엔 하루밖에 남지 않은 뉴올리언스, 이제 가장 하고 싶은 것만 모아서 해야 할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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