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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bin Park Jul 05. 2020

우리 집 브랜딩

#찬빈네집 을 통해 배우고 경험한 것들의 기록

'너는 왜 그렇게 네 집 사진을 자주 올리는거야?'


새롭게 생겨나는 공간들을 열심히 찾아 방문하던 때가 있다. 주로 카페, 편집숍 그리고 복합 문화공간이라 불리는 곳들 위주의 컨셉 있는 공간들 위주로 찾아다녔던 것 같다. 왜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가는지, 그곳에 가면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건지 싶어 궁금해 누구보다 먼저 방문하고 개인 블로그, 인스타그램 계정에 리뷰했었다. 처음에는 다양한 개성과 감각 있는 공간들로 여겨졌던 곳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소 비슷한 컨셉과 인테리어로 다른 곳에 비슷하게 생겨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그러면서 점차 새로운 공간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게 되었다. (물론 약속이 잡히면 만나기로 한 장소 주변에 새로운 공간을 꼭 들러보려 하지만) 


재작년 가을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살던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위치가 좋았고, 마당과 옥상을 쓸 수 있는 독특한 집 구조 덕분에 집을 선택하는 데 오래 망설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집을 이사하면서 집에 대한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았고, 새롭게 생긴 공간들을 바라보는 습관? 훈련? 덕분인지 내 집도 새로운 공간이라 여겼던 것 같다.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던 방의 모습부터, 이전 집에서 쓰던 가구들이 놓인 모습들 그리고 하나씩 채워져 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쌓일 때마다 집이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다.


2018FW - 2019SS
2019FW - 2020SS



신기하게도 #찬빈네집 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꾸준히 사진과 글을 올리다 보니 하나의 브랜드로 우리 집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워낙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답게 이 누추하고 오래된 집에 여러 사람들을 자주 불렀다. 사실 나가서 만나는 것보다 나는 집에서 만나는 게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이득이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로 챙겨야 될 부분이 많아 신경 쓸게 참 많았다. 예를 들어 초대받은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집의 청결을 신경 쓰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또한, 찾아주는 인원에 맞게 혼자 사는 집이지만 여러 식기,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준비해야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혼자 사는 우리 집에 의자가 10개가 넘는다. 소파와 마당 벤치까지 포함하면 20명은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제일 많이 초대했던 인원은 대학 친구 9명이다.)


방문해준 친구들의 리뷰, 피드백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손님을 초대하는 집답게 집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계절별로, 시간별로 그리고 취향별로 찾아주는 손님에 맞게 최대한 집에 머무는 시간의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점점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여가니 집을 매개로 한 매거진 인터뷰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마당과 옥상에서 찍은 사진 덕분에 모 방송사에서 촬영 문의도 들어오게 되었다. 여러 재미있는 시도들 덕분에 우리 집 브랜드가 소소하지만 재미있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찬빈네집


내가 이 집을 떠나기 전까지 우리 집 브랜딩은 계속될 것이다. 


내가 생각한 #찬빈네집 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는 '촌스러운 집의 낭만'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뜻이다. 세련되지 않았지만 이 집에서 풍기는 시골스러움이 좋다. 어쩌면 집도 집이지만 나라는 사람이 전해주는 느낌이기도 하겠다. 슬픈 소식은 우리 동네는 빠르면 5년 뒤, 늦으면 10년 뒤에는 모두 재개발이 되는 지역이다. 이 느낌과 감성을 그전에 오롯이 담을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하다.


브랜드 컨셉은 '70년대에 지어진, 80년대 음악을 듣는 90년대생이 사는 집'이다. 세대의 공감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만이 이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집에 산다는 것은 그만큼의 세월을 더 품은 귀하디 귀한 경험이다. 살아보지 못한 그 시절을 상상하며 이 집을 누리고 있다. 


브랜드 컬러는 '녹색'이다. 오래된 녹색 벽돌집에 녹색 나무문이 있고, 무엇보다 마당과 옥상을 덮고 있는 녹생 방수 페인트 색깔까지 라이트 그린부터 딥 그린까지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집이다. 신기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녹색이라 그런지 더 정이 간다. 


#찬빈네집


앞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들의 서사(프롤로그)와 같은 이 글은 사실 혼자 사는 누군가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어서이다. "혼자 사는 집에 기꺼이 친구들, 가족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봐요."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겠지만, 분명 내 지극히 사적인 보금자리에 찾아준 이들과의 정서적/심리적 관계가 가까워지고 무엇보다 내가 즐거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글의 첫 문장에 내 답변을 적으며 마친다.


'너는 왜 그렇게 네 집 사진을 자주 올리는 거야?'

'우리 집에 찾아 와주셨으면 해서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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