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있다.
그곳에는 벽이 있었다.
다시 돌아왔던 길을 가는 것뿐인데
그곳은, 그 벽은
세상의 끝처럼 보였다.
그렇게 느껴졌다.
끝이라는 느낌에 뒤돌아 가던 길은
무게가 하나씩 늘어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무언가 뒤따라온다.
무엇인가 나의 허리에, 다리에, 곁눈질에도
매달리고 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선을 돌려도
벽은 여전했다.
넘어갈 수 없다는 당연함에,
넘길 수 없다는 높은 그림자에,
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지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벽 너머의 공간에는 무엇이 있을지,
아니 공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벽 너머의 나라에는 무엇이 존재할지,
아니 나라가 아닐지도 모른다.
벽 너머의 세상에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
아니...
어쩌면,
그 뒤엔.
뒤가 아닌 앞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생각이 세상이 된 벽의 너머일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