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시 십삼 분
창문을 열면 벽이 없어서 다행이야.
창문을 열면 달을 볼 수 있어서
달 옆에 화성이 있다는 것은
새벽 네시 십육 분, 고마웠어.
차갑지 않은 공기에
불이 켜진 몇몇의 창문들과
모두들 숨죽인 시간과 순간들이
오롯이 나는 너만 볼 수 있도록 했던.
새벽 네시 십팔분
그저 하염없이 울었지.
생각보다 밝은 것에 놀라고
너만은 계속 밝기에.
그저 하염없이 울었지.
밝은 것과 어두운 내가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에.
너만은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아서.
작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핑계 삼아
속마음을 뻔하게 털어놓고는
그저 하염없이 울었지.
이런 게 지금의 내 최선이라며.
할 수 있던 것은 할 수 없던 것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나를 감싸 안기에
그저 하염없이 울었지.
그래서 나는 썩은 동아줄도 필요하다고.
다 이해한다는 걸까.
그래도 도와줄 수 없다는 걸까.
알려주지 않던 새벽 네시 사십오 분
그저 하염없이 울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