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 없는 안경이 이렇게나 비싼가
블루스크린 안경을 쓰는 것은
썩 눈에 피로를 덜어 주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굳이 푸른색이어야 하고
굳이 막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서
블루스크린 안경을 끼고
그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애써
푸른을 번역하면 블루가 아닌 것이라 따지고
푸른은 하늘도 푸르고
초록 숲도 푸르고
내 마음도 푸르고
당신 그 눈도 푸르고 하니까
그걸 블루라고 하면 이상하지
그래서 블루스크린 안경은 푸른색을 걸러내는 게 아니라
파란색이라 일컫는 무슨 파장인가 하는
눈을 어지럽히는 파랑 같은 걸 막는 방파제쯤으로 생각하기로 했죠
2021.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