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를 들자

올 수밖에 없는 인연

by 찬스

어쩌다 한 식구와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이사 계획이 틀어져 한 두 어달 지낼 곳이 필요한 형님과 그의 어머니입니다.


함께 한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 형님의 어머니가 새집에 잔금을 치른 날입니다. 어머니 명의로 된 첫 집입니다. 근사한 일입니다.


그 집은 앞에 큰 공원도 있고, 작은 천도 흐르고 지하철도 가까운 아파트입니다. 조금 오래되었지만, 깔끔하게 꾸며질 예정입니다.


축배는 이런 때 들라고 있는 겁니다. 그간 살아온 집도 그리워해 보고, 새로운 집에 어떤 색 벽지를 칠할지 또 어떤 즐거운 일들이 생길지 부푼 맘을 나눠야 합니다. 그런 맘을 잔에 따라 건배를 외칩니다.


축배를 들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애주가 형을 제쳐두고 뻥! 와인 코르크를 뽑았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짐은 들고 오지 않아도 와인은 들고 오셨습니다.


저는 친어머니와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없어서 형님 어머니께서 먼저, '한 잔 할까' 말씀하시는 게 참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3명이 작은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급하게 계란 프라이를 하고, 어제 먹다 남은 식빵을 구워서 안주를 마련했습니다.


운이 좋게 치즈도 있네

참 푸짐한 상이다

우리를 축하해주는 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잔을 채우고 잔을 마주쳤습니다. 와인잔도 물 잔도 아닌 엉성하게 생긴 컵이 부딪혔습니다. 쩡 하고 투박한 소리가 우리랑 닮았다 생각했습니다. 금세 없어진 안주 그릇에 뻥튀기를 채우고 또 금방 비우면 짭짤한 김으로 채웠습니다.


어머니는 김을 참 좋아합니다. 형님 건강 생각해서, 이것 저것 음식마다 잔소리를 하시는 어머니셨지만, 외려 어머닌 그 짠 김을 과자처럼 드셨습니다. 또 형님은 어머니를 걱정하여, 짠 것 그만 먹어라 했고, 어머닌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셨다가,


“나는 김이 참 좋아”


하십니다. 소녀 같았습니다.


저는 고집을 세게 부려 설거지를 한다고 했고, 형은 피곤해서 잠에 일찍 들었습니다. 제가 양치를 하니, 어머니가 이어 바로 양치를 하셨습니다. 먼저 자겠다 인사를 드렸고 어머니는 고맙다 하셨습니다.


‘고마운 건 접니다 어머니’ 마음으로 생각하고 눈인사를 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2020년에 선물 같은 가족이 생겼습니다.


잘 살아야겠습니다

살아내 봐야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어머님과 함께 미사를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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