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저자 - 에세이 파트 참여했어요.
드디어 제가 참여한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실제 약국인 푸른약국 내에 숍인숍 형태의 동네책방인 ‘아독방’에서 만든 책입니다. 아독방 피드(주로 이벤트)를 구경하다가 어느 날 ‘그냥 한번 해볼까?’ 하고 원고를 보냈는데 이렇게 책이 나왔습니다. 익명으로 참여했으니 제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누구일까요? (처음 참여하는 작가는 익명으로 참여하는 것이 조건이었어요.)
저는 줄곧 제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마주할 때마다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어느 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속도로 가면 된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고. 더 잘 쓰게 되면 들이밀고 싶었지만 지금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사람은 그냥 눈사람이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눈사람, 멋진 눈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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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한 강박은 이런 것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누군가에게 민망하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야, 하는 생각. 그래서 누가 봐도 겁나 큰 행복이 될 때까지 인내하고 감내하며 자잘한 행복들을 뭉치는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야 살아생전 ‘나 행복해’라는 말을 내뱉을 순 있을까?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를 마치며 중에서 / 박훌륭
대단한 시작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당장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내가 만든 작은 눈사람이 내일이면 녹아서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찰나의 행복일 뿐일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을 마음 깊이 새기고 싶습니다. 그렇게 모인 자잘한 행복들이 겁나 용기를 낼 테니까요.
* 이 책의 15명의 저자 중에는 등단한 작가도 있고, 신인 작가도 있다. 나는 원고를 보내고, 교정지를 받았을 뿐, 단 한 번도 글쓰기와 관련된 이력을 내게 묻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이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책에 대한 강박도, 작가에 대한 강박도, 행복에 대한 강박도 내려놓고, 올겨울에는 오롯이 이 책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