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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Jun 10. 2021

때로는 내 편이 필요해

브런치 작가 도전기

다섯 번의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축하 메일을 받았다. 메일의 문구를 확인하는 순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옆에 있는 누군가를 얼싸안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나 브런치 작가 됐다!


그래, 정말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다. 나는 소리를 지르는 대신 호흡을 가다듬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평일 오전, 나는 거실(소규모 에세이 작업실)에 앉아 쓴 글들을 블로그에 올렸다. 거의 방치되어 있던 블로그에 글을 올려봤자 읽는 이는 별로 없었다. 아주 가끔 광고글과 함께 댓글이 달릴 뿐이었다. 나름 머리를 굴린 나는 카페 투어나 상품에 대한 글도 꾸준히 포스팅했다.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수를 찾기는 어려웠다. 블로그 방문자수가 조금씩 늘어날 뿐 구독자를 늘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블로그에 글을 올려놓고 내 글을 읽어주기만을 바라기에는 마음이 급했다. 뭐 좋은 수가 없을까. 그 고민 끝에 떠올린 묘안이 바로 '브런치'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브런치라는 공간은 오직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그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는 과정은 개개인에게 무척이나 다르게 기억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한 번에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수없이 실패하기도 한다. 브런치 성공 비결에 대한 글들도 많이 있으나, 결국 브런치 작가가 되는 건 자기 자신이 스스로 해내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블로그에 써놓은 글이 제법 있었기에 그리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당장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일단 블로그에서 조회수가 높은 글을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저장했다. 그다음 브런치에서 요구하는 하는 '작가 소개, 브런치 활동계획, 자료 첨부, 활동 중인 SNS' 등을 기재했다.


첫 도전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 메일을 받고 얼마나 불쾌했는지 모른다. 심지어 왜 불합격인지 이유도 없었다. 솔직히 불합격의 이유가 있었다 해도 순간의 불쾌함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너 이래 놓고 나중에 브런치 작가 됐다고 나한테 연락할 거라며 날 위로했다. 친구의 말에는 위로가 없었는데 나는 신기하게도 센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짧은 단어를 이용해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일상에 담긴 우울함과 보통 사람으로 사는 것에 대한 어려움, 실패를 경험했을 때의 불쾌감 등의 감정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음을 체감했다. 친구의 삶도, 나의 삶도, 정처 없이 흔들리며 등 떠밀리듯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도 계속 글을 썼다. 브런치로 인해서 내가 쓸 수 있는 글과 쓰고 싶은 글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로, 나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해보자는 마음보다 커지기 전에 또 브런치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네 번의 'sorry' 메일이 나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동안에도, 우리의 삶은 분주했다.


너 될 줄 알았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나의 연락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 도전하고 글도 잘 쓰니까, 결국 될 줄 알았다는 친구의 말은 그 어떤 칭찬보다 듣기 좋았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도, 무엇이 되려고 할 때도, 친구는 언제나 내 편이었다. 나는 눈앞에 성과가 보이지 않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는 내가 불안했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은연중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게 글을 잘 쓴다고 힘주어 말해준 적도 없었다. 글 쓰는 거 좋아하잖아, 이 정도로 작가가 되려고 하는 내가 한심하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듣고 싶었다. 타인으로부터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글쓰기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했다.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상반된 감정이 내 불안을 크게 만들어왔다.   


브런치 작가가 돼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작가들의 글과 구독자 수를 보며, 나는  번이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전문성은 물론, 다양한 경험을 채득 하며 써낸 글들 앞에서는 나는 하루에도  번씩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나도 좋은 직업을 가졌더라면,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더라면, 내가 쓰는 평범한 글들이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브런치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오기 위해 노력했고,  안에 들어온 기쁨도 잠시다. 수많은 글들 속에서  글이 언제쯤 고개를   있을지 기약이 없다.


불안의 순간, 친구의 말을 떠올린다. 두통약을 먹어야만 뿌연 머릿속의 불편함이 걷히듯, 친구의 말을 되새기며 나는 자존감을 회복한다. 독서 모임에 나가 토론을 하고, 집 근처 체육센터에서 요가와 수영하는 것을 즐기는, 내 친구는 상대방의 난처함을 배려해 자신의 눈앞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길가에 방치된 고양이가 걱정돼 동물보호 상담센터에 신고를 하는 수고스러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이다. 아무도 몰라준다며 친구는 자기 자신을 낮추거나 몰아세우지만, 나는 안다. 그녀가 얼마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인지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내 편이 필요하다. 아니, 어쩌면 절실하게 필요하다. 나를 알아봐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의 삶은 가는 방향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내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읽어보겠노라고,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지금은 조금 부끄러우니 나중에라고 얼버무렸다. 이 글을 올리고, 친구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나는 너의 편이야. 아무도 몰라준다 해도, 우리는 알잖아.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베갯잇을 적시며 얼마나 절망했는지,
젖은 눈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잖아.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적당히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친구의 삶도, 나의 삶도, 누군가 부러워할 만큼 대단하지 않다. 다만 우리에게는 내 편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친구가 때때로 알아주었으면 싶다.




고마워, ㅇ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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