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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Jul 24. 2023

여름의 열기


뜨겁게 달아오른 여름의 열기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 그 열기는 언제나 거기 있었고, 언제나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여름의 무더위에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어느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어떤 날의 열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누군가의 이마에 흐르고 있었던 땀을, 편의점 음료 코너에 서서 잠시 더위를 잊어 보려는 어떤 이의 달궈진 얼굴을, 눈앞에 펼쳐진 저녁노을을 바라보느라 멈춘 발걸음을,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길 바랐던 여름날의 어떤 마음들을, 나는 생각하곤 한다. 그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절을,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슬퍼지지 않았던 시절을, 심각해졌다가도 밤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잠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던 시절을, 매일 아침이면 낯설어진 자신을 받아들여야 했던 시절을, 나는 생각하곤 한다.


늘 새로운 여름이 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지나온 여름을 그리워했던 사람처럼 떠오르는 기억들을 늘 되새긴다. 계절이 지나면 다 잊어버린 것처럼 살다가도 늘 간직해 왔던 마음처럼 소중하게 그 기억들을 마주한다. 옅게 떠오르다가 선명해지기도 하는 어떤 기억. 그것들은 늘 거기에 있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여름의 어디쯤에 와 있을까.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이, 여름의 열기와 함께 지면에서 지글거린다. 사라져 없어질 것만 같이 때로는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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