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아도 될 일들에 마음을 쏟았다
무엇이 될 수 없는 마음을 마주하는 건 슬픈 일이다. 해도 안 될 거 같아서 뒷걸음치면서 ‘혹시라도’라는 희망을 자꾸만 중얼거린다.
어제는 하루 종일 젖은 라탄을 만졌다. 지난번 특강으로 라탄 스탠드 만들기 수업을 듣고 혼자 해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재료를 주문했다. 내가 고른 재료가 분명한데 모든 게 낯설었다. 라탄 환심, 끝이 매서워 보이는 가위, 송곳은 아무런 설명서 없이 상자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라탄 전등갓 만들기 시작했다. 동영상대로 따라 하다 보면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내 예상은 또 틀렸다. 똑같은 구간을 10번 이상 반복해서 봐도 헷갈린다. 모양이 잡힌 것 같아서 속도를 내면 얼마 가지 않아 멈춘다. 어딘가 틀린 부분이 생기면 다시 풀고 엮는, 반복의 시간이 계속된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틀린 부분을 발견했을 때는 결정을 해야 한다. 다시 시작해야 할지, 이대로 진행해야 할지.
나는 그냥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이니까, 일단 틀려도 해보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완벽하지 않으면 무조건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시작만 하다가 포기하기가 일쑤였고, 늘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점심에 시작한 라탄 엮기는 밤 11시가 돼서야 끝났다. 사실 온종일 라탄 엮기에 매달린 건 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거실 방바닥은 여기저기 젖어 있었다. 물에 담가놓은 라탄 환심을 엮으면서 중간중간 분무기로 물을 뿌려줘야 한다. 그대로 만들면 부러진다. 바닥에는 쓸모없이 잘린 라탄 환심이 나뒹군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점점 부담스럽다. 브런치의 승인을 받아야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글을 쓰는 마음가짐 자체가 틀려졌다. 내 마음가짐은 몹시 비장해졌는데 브런치가 내게 그만큼의 보상을 주진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 든다.
나는 작가다.
브런치에서만큼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블로그와 인스타에는 글을 쉽게 쓴다. 떠오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써서 올린다. 쓰고 나서 한두 번 읽어보긴 하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브런치는 좀 다르다.
아이가 여름방학이라 글을 쓰기가 더 힘든 건 둘째 치고, 글을 써도 뭐가 나아지는지 체감하기가 어렵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건 안다. 라탄심을 엮는 동안 내내 젖어있는 손처럼, 글 쓰는 내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내 마음을 적신다.
열심히 써봤자 뭐해? 누가 읽는다고?
브런치 메인에 글이 걸리기를 기대하게 된다. 메인에 걸려야 일단 많이 읽는다. 그 맛은 꽤 달콤하다. 조회수가 올라가고, 댓글이 달리는 것을 자꾸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유효기간이 있는 음식처럼 브런치 메인 글도 마찬가지다. 한번 올라간 글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다.
어떤 이들은 브런치에 한 번에 합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출간 제안도 받았다며 글을 올린다. 브런치에서 보여주는 삶이 그들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솔직히 부럽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구독자수와는 달리 관심작가는 거의 없는 그들의 이름 아래 숫자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인스타에서 느끼는 감정과도 닮아 있다. 인플루언서보다는 연예인이 유독 그렇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면서 자신은 회사나 지인 외에 사람들을 팔로잉하지 않는다. 나름의 이유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는 일이다. 인기가 많은 사람들은 별 다른 말 없이 사진만 올려도 '좋아요'가 올라간다. 그들이 쉽게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앉기 위해서,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좀 궁금하다. 상대가 나를 몰라도, 계속해서 상대를 궁금해하는 일방적인 관계는, 사실 불공평하다. 그 불공평함을 감수할 정도의 매력이 그들에게 있는 것일까.
라탄으로 조명 갓과 작은 바구니를 완성했다. 다 만들고 나니 모자란 부분이 눈에 더 들어온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잘했다면서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뭘 제대로 먹지도 않고 했는지 싶어 짠해진다. 거실에 떨어진 라탄 조각을 주워 담으면서, 젖은 바닥을 걸레로 닦으면서, 내일은 일찍 일어나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남편에게 인사를 하고, 노트북을 켠다. 글을 쓴다. 축축했던 라탄 전등갓과 바구니가 밤새 말랐다. 바구니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라탄처럼, 어떤 마음이든 그랬으면 좋겠다.
되고 싶다. 될 수 없을 것만 같아도, 조금 더 해보고 싶다. 그런 마음이 안쓰러워 나는 어제 하루 종일 하지 않아도 될 일들에 마음을 쏟았다. 그렇게라도 피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는 현실을.
빨리 꿈 깨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때도 많다. 때때로 나는 내게 좀 고약하게 구는 버릇이 있다. 이 끝없는 방황을 그만두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얼굴로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당장 결과를 만들어 내! 어서 무엇이 될 건지 확실하게 말해!
대답할 수 없다. 나는 빳빳하게 마른 라탄 환심을 이미 흐려진 물에 다시 빠뜨린다. 재료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린다. 어제 내가 하루 종일 만든 건 결국 그런 마음이었던 건 아닐까. 밤새 다시 빳빳하게 마른 라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가느다란 줄은 서로를 안아주며, 자신들이 무엇이 될지 모르는 채로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서툰 솜씨로 만든 라탄 바구니가 어여쁘다. 라탄 바구니에 무엇을 담아볼까. 그래, 아오리 사과가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