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지 않은 눈

by 느lim보

오늘은 눈이 왔다. 예상치 못한, 예보에 없는 눈이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눈은 하얗고 예뻤다. 쌓이지 않았다. 보지 못한 사람은 그렇게 모르고 지나친 눈이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창밖을 본다. 수많은 나무들을 지나친다. 제각각 모두 자신만의 푸르름이 있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는 그 푸르름을 놓친다. 흩날리는 푸르름은 엉키고 섞여 나무는 색을 잃는다. 그렇게 우리는 창밖을 그저 회색빛으로 바라본다. 여유가 없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세심하게 살펴보며 초록을 만끽하지 못한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앞서 나가려 앞만 보고 전진할 뿐이다.


인생을 달리는 우리들. 정신없이 바쁘지만 억지로 쉬어 본다.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친다. 개개인 모두 자신만의 색이 있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는 인생 속에서 우리는 그 색을 놓친다. 흔들린 초점의 거리는 뒤엉켜 무채색으로 변한다. 그렇게 우리는 거리를 그저 삭막하게 바라본다. 마치 거리의 구성원 개개인부터가 모두 회색빛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조금만 더 여유를 갖는다면, 앞뿐이 아니라 주위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알 수 있다. 개개인의 사람은 자신만의 개성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보지 못한 눈은 그렇게 모르고 지나칠 사람이다.

인생에는 마치 오늘 내렸던 눈처럼, 일을 잠시 멈추고 밖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타이밍이 맞지 않았더라면 평생 알지 못했을 사람이 존재한다. 분명 아름다운 눈이지만, 보지 못한다면 의미를 갖지 못한다. 왜 몸짓에 지나지 않던 것의 이름을 불러주자 꽃으로 변했겠는가. 의미 부여는 인식이 우선된다. 어쩌면 우리는 오늘도 가장 잘 맞을 수 있는 친구를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버렸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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