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빨래방
빨래로 인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더운 날씨에 계곡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서로 물을 튀기며 장난치는게 재미있다. 저녁이 되면 따뜻한 요리를 해 먹기도 한다. 어느 순간 계곡을 보면 사극에서 본 빨래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세탁기가 있어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과거에는 계곡이 큰 세탁기였다. 사람은 기계의 부품처럼 헹굼 기능과 탈수 역할까지 했다. 어떻게 세탁기가 없이 살아갔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세탁기가 고장이 난 뒤로 인류 기술의 위대함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 계곡에서 빨래를 하던 사람들의 힘도 같이.
쌓여있는 옷과 수건을 보고 부랴부랴 세탁기를 켰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잘못 누른 건가 싶어서 몇 번를 두들겼지만 미동이 없다. 머릿 속에 다양한 해결방법을 생각했다. 손빨래를 해야 하나 부터 빨래방을 가야하나..계곡에 갈까(?) 등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한참 더운 가을이여서 다행히도 빨래는 많이 없었다. 세탁기가 고장난 동안에 현실적인 방안으로 주변 빨래방을 찾았다. 걸어서 7분 정도 거리에 코인 빨래방이 있었다. 옷을 일주일치 들고 가서 한가득 돌렸다. 일요일 저녁에 가다보니 동네 주민분들이 많이 오셨다. 건조기를 쓰기 위해 세탁기의 몇 분 남지 않은 타이머를 보며 기다렸다. 아뿔싸. 내 빨래가 조금 늦게 끝나 다음 타임으로 넘어 갔다. 마치 버스 시간표를 보면서 정류장으로 힘겹게 뛰어가는 내 체력이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의자에 앉아서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핸드폰 화면을 봤다.
방문 일정이 남아서 빨래 바구니를 가득 채워 세탁방으로 갔다. 코인을 결제하고 세탁기에 옷을 넣었다. 세탁기 맡은 편에 의자에 기댔다. 슬리퍼를 흔들며 터덜터덜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갑자기 상냥한 미소를 지닌 사람이 다가와서 신문을 줬다. 뭐지? 하면서 신문을 쳐다 보았는데 종교 신문이다. 나보고 한국사람 같다고 웃으며 말해주셨다. 한국 사람에게 한국 사람 같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생각이 깊어지면서 건조기 버튼을 클릭한다. 심심할 날이 없는 빨래방이다. 세탁기가 고쳐진 뒤로는 빨래방을 가는 일이 드물지만, 큰 이불을 세탁하려면 가야겠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세탁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