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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밥상

그동안 배고프지 않게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by 찬달

최근에 시술을 하게 될 일이 있어서 엄마가 보호자 역할을 했다. 나이를 하나 둘씩 먹어도 엄마 앞에서는 작은 아이가 된다. 옆에서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다며 들뜬 상태로 말했다. 엄마는 너무 많이 먹고 싶어 하는 거 아니냐면서 웃었지만 다 기억하고 요리를 해주셨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면 집밥 같다면서 더 맛있게 먹었던 적이 있다. 밖에서 먹으면서 집밥을 찾는 거보면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익숙함을 찾는 거 같다. 우리 집 무말랭이에는 멸치로 간을 하는데 식당에서 비슷한 맛이 나면 참 반갑다. 아프면 살이 빠진다는데 나는 더 튼실해진 채로 회복이 되었다. 집밥의 힘은 위대하다.

학창시절에는 집밥과 급식으로 인해서 몸이 건강하지 않은 날이 드물었다. 급식을 먹을 때는 그렇게 영양 밸런스를 맞춘 음식인 줄 몰랐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한 부분일 뿐이었다. 직장인이 되어 보니 급식판이 그러워 질 때가 종종 있다. 고민도 없이 먹기도 편하다. 심지어 영양가 까지 생각을 해주는데 감사하게 먹게 된다. 주변에 건물이 지어질 때면 속으로 기도한다. 한식 뷔페가 들어오게 해주세요.. 내 기도를 들었는지 얼마 전에 집 근처에 생겨서 굉장히 반가웠다. 내가 오기 전에 따뜻하게 차려진 고슬밥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 지 모른다.

메뉴도 매번 달라지니 고민도 덜고 내일은 뭐가 나올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누군가 챙겨주는 밥으로 살다가 사회로 나가면 내가 밥을 선택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처음에는 편하게 고를 수 있어 좋았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 자유보다 틀을 원할 때가 종종 있다. 점심밥을 고민을 할 때 아무거나 먹고 싶다 던가, 집에서 밥을 차려 먹어야 할 때 누가 해줬으면 좋겠다라던가. 챙겨줄 때는 늘 곁에 있어서 몰랐다가 없어지면 휑한가 보다. 한국 사람은 모든 인사를 밥 먹었냐? 밥 한번 먹자? 밥 사야지. 라며 밥에 진심이다. 오늘도 퇴근 길에 밥 뭐 먹지 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곁에서 함께 밥을 먹고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오늘도 밥심으로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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