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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비를 기다린다

타닥타닥, 차박차박 소리는 나의 길동무

by 찬달

아침마다 빅스비한테 말을 건다. 하이 빅스비 오늘 날씨는 어때? 온도를 말해주고 비가 온다는 등 마스크도 잘 끼라는 등 많은 대답을 해준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단다. 집에 묵혀두었던 장화를 꺼내본다. 처음으로 산 장화는 비가 오면 나를 기대하게 한다. 비가 많이 와도 나는 끄덕 없다는 자신감이 준달까. 장화를 신고 밖에 나가면 발은 무겁지만 빗물에는 젓지 않는다. 장화에서 비가 주르륵 흘러 내릴 때면 발이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놓인다.

매번 장화 타이밍을 맞추는 건 아니다. 빅스비의 말을 들어도 느낌상 비가 안올 거 같다는 확신이 들때가 있다. 가끔 청개구리 심보가 튀어 나온다. 과감하게 통풍이 잘 되는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비가 꽤 쏟아진다. 내 감은 어디에 팔려 간걸까. 의기소침해지며 집을 나선다. 그래도 퇴근할 때면 비가 그쳐서 내 감이 전부 틀리지는 않았구나라고 위로해준다. 날씨와 장화 사이에서 썸을 타며 산다.

장화를 가지고 있으면 비를 기다릴 때가 있다. 비를 보는 마음 가짐이 달라진다. 물장구를 밟아도 되겠다. 비를 피하지 않아도 되겠다. 발이 뽀송뽀송하겠다. 얼마나 비가 올까하며 걱정하는 마음에서 장화 신고 가면 되지! 라는 가벼운 마음을 먹는다. 오는 빗소리를 듣고 싶을 때, 장화를 신고 천천히 걷는다. 비와 우산이 만나면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난다. 물웅덩이과 장화 만나면 차박차박 물소리가 난다. 조용한 퇴근 길이 소리로 채워진다. 내 고민도 소리랑 같이 묻혀간다. 가는 길에 힘든 감정은 비우고 저녁은 뭘 먹을까 하는 행복한 감정으로 채워본다. 아무래도 비가 오니 떡볶이는 포기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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