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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미팅을 가다

조금씩 넉살이 생기는 중

by 찬달

아침에 일어나서 달력을 확인한다. 거래처 미팅이 있는 날이다. 사회초년생인 나에게는 긴장되는 순간이다. 이전에도 거래처 미팅을 간 적이 있다. 가서 방청객 마냥 웃었던 게 다였지만..나름 회사 직원으로써 다른 회사에 소개가 되었으니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옷도 단정하게 차려 입는다. 다행히 날씨가 춥지는 않아서 가볍게 짧은 코트를 입어 본다. 거울을 보며 한바퀴 돌다가 이건 아닌가 싶어서 몇 벌 갈아 입다가 번 원래 입었던 옷을 입고 간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회사원이 되면서 대인깊이증이 생겼다. 대인깊이증이란 대인기피증이 있는 사람들이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말한다. 주변 사람들을 깊게 사귄다는 것.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는 친구 1명만 졸졸 따라던 나를 표현하는 단어인 거 같다. 거래처는 신규가 아닌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곳을 만난다. 팀장님께서는 가볍게 만나서 이야기하면 된다고 하신다. 하지만 눈 마주치는 것과 표정까지도 어색할 거 같아 걱정이다. 옷도 차려 입고 명함도 챙겨서 집을 나선다.

회사와 거리가 멀지 않아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버스 노선이랑 지하철도 2중 체크를 한다. 나름 2번째 미팅이지만 표정이 어색한 건 변함이 없다. 뚜벅뚜벅 계단을 오르내리고 지하철을 기다린다.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까. 하며 머릿 속에 수많은 생각이 피어나고 있다. 시험은 기출 문제나 모의고사라도 있어서 복습이 가능하다. 반면에 직장은 몸으로 부딪쳐 보면서 배워야 한다. 능숙해지면 거래처에 먼저 농담도 건내고 있을려나. 회사에서 팀원과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 받듯이 말이다. 거래처 앞에 도착했다.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담당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전화로만 봬서 어떤 분일지 궁금했다. 얼마 뒤에 담당자분이 오셨고 서로 명함을 주고 받았다. 미팅은 주로 팀장님이 업무와 일상 이야기를 섞으며 이어가신다. 나는 옆에서 오디오가 비지 않도록 이야기 끝마다 반응을 한다. 서로가 부담 스럽지 않는 선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게 대화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업무 이야기 한 마디를 해서 속으로 내심 뿌듯했다.

하루하루를 보내며 미팅이나 업무적인 스킬을 배우고 있다. 질문 중에서 성격은 좋은데 일을 못하는 신입과 성격은 나쁜데 일을 잘하는 신입 중에 어떤 사람이 나은 가 라는 질문이 있다. 여기에서 개인적으로 전자를 선호한다. 처음부터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드물다. 회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성격이 좋으면 주변에 물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성격이 나쁘다는 말은 주변 분위기를 흐린다는 말과 같다. 하루에 8시간을 같이 있는 사람이 대화가 통하지 않고 마주치기만 해도 화가 난다면 업무 진행에 어려울 것이다. 신입은 처음에 못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게 낯설고 새롭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배워가면서 나중에 잘하면 된다. 조금씩 노력하면 나중에는 높은 층에 도달한다. 입사 초반에는 피드백을 기억하기 위해 업무 일지도 매일 썼다. 덕분에 업무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매일 조금씩 하다보면 벽돌같은 단단한 능력이 생길 것이다. 내일의 나를 만드는 나에게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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