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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 살지 않아도 괜찮아

남을 위한 내가 된다

by 찬달

알고리즘을 구경하던 중 지식채널 e에서 끝없는 갓생에 관한 영상이 떴다. 갓생이 결국 자기 착취가 되어버리는 내용이었다. 찬찬히 보다가 내가 사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과소비를 하다가 나중에는 자기계발로 넘어가는 것. 그리고 계속 자신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것. 처음 월급을 탔을 때 옷을 사고 여행을 가고 맛있는 걸 먹었다. 신나게 돈을 썼다. 많이 웃고 즐기며 하루를 보냈다. 시간이 지나고 통장을 보면 텅장으로 변해 있었다. 비어 있는 통장에서 공허함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 지내면 미래의 나는 누가 돌봐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소비를 줄이고 통장을 분할해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금액을 모으고 원하는 적금도 만기를 달성했다. 마음 속으로 뿌듯하다고 외치며 통장 잔액을 캡처했다. 조금 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나에게 돌아 왔다.

세상에 대해 알아야 된다는 마인드로 신문을 읽었다. 경제에 대해서 알게 되면 많은 게 바뀐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부분도 챙겨봤다. 전공이 마케팅 쪽이다보니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에 더 관심이 쏠렸다. 소비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면 밈도 외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뉴스레터도 구독해서 읽고 지나가는 밈을 외우고 조금씩 사용도 해봤다. 넓은 정보를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도 해야한다는 글을 봤다. 회화 어플을 구독해서 어눌하지만 차근차근 문장을 읽는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갓생을 살기 위해서 여기저기에 기웃거리고 있다. 짬짬이 시간을 활용하는 건 좋은 습관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겠다고 머릿 속에 새긴다. 피곤한 날이 있어도 루틴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문득, 평소처럼 갓생을 외치며 살아가던 와중에 든 생각이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얼마만큼 더 해야 나는 만족감을 느끼며 살까? 시간은 가득 채워졌지만 나의 숨 쉬는 시간은 비워져 있었다. 종이를 꺼내 내가 하고 있던 일을 쭉 적어 보았다. 뉴스 읽기, 영어 회화 어플하기, 그림그리기, 영상 편집하기, 운동하기, 책읽기...처음에는 단순히 취미로써 시작 했지만 어느샌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쭉나열된 나의 갓생 취미를 하나 둘씩 지워보기로 했다. 하나씩 덜어내니 마음의 무게도 가벼워졌다. 취미를 만들 때도 자기계발에 도움이 될지부터 고민하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내가 즐거울까를 먼저 떠올리기로 했다. 글을 쓰는 지금, 밖에 빗소리가 들린다. 내 자기계발 취미 생활도 씻겨 내려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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