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날이었다. 올해 들어서 가장 큰 눈송이가 내려왔다. 나의 고향에는 눈이 오지 않는 곳이어서 눈만 오면 고향 친구들에 사진을 찍어서 날씨를 보도한다. 여기는 온세상이 하얗다고. 눈이 소복히 오면 기분이 참 좋다. 스노우 볼 사이에 내가 서 있는 느낌이 든다. 출근길에 미끄러질까봐 조마조마 하긴 하지만 마음은 들뜬다. 강아지들이 눈이 오면 깡충깡충 뛴다고 하던데. 이유가 발이 시려워서일 수 있다는 일화도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난다. 처음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날도 추운 겨울이었다. 그 당시에는 비행기 표가 더 저렴해서 처음으로 혼자 국내선을 타고 이륙했다. 평일에 잠시 시간을 내서 온 거라 급히 공항에 도착을 했다. 기내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들 어떤 일정이 있어서 가는걸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긴장을 풀려고 노래를 열심히 들었다. 어느새 이륙을 해서 하늘 위에 떠 있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멍하니 있다 보니 내릴 시간이 되었다. 통로에 한 줄로 서서 짐을 하나 둘씩 내리는 사람들. 나는 급히 몸만 와서 이어폰만 양쪽 다 있는 지 확인하고 길을 나섰다. 이력서도 열심히 썼으니 제발 잘되기를 기도하면서 걸었다. 이 곳에는 눈이 왔던 모양이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는 눈이 치워진 흔적이 있었다. 구석 쪽을 보니 눈이 빙수 곱빼기 만큼 쌓여 있다. 그렇게 쌓인 눈을 처음 봤다. 고향에는 첫눈에 올 때 만나자는 말은 평생 만나지 말자는 말과 동급이었다. 골목골목 가다가 길이 헷갈렸지만 잘 도착했다. 중간에 시간이 남아서 눈 사진도 찍었다. 면접은 직무에 대한 일과 집을 구할 방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직무는 내가 평소에 블로그에 분석하는 걸 적는 걸 좋아한다며 잘 맞을 거 같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집을 구할 방법은 몇 일만 주시면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나의 열정을 다 태워두고 집을 갈 준비를 했다. 집으로 터벅터벅 나는 길에 하얀 눈이 눈에 밟혔다.
평소처럼 살고 있는 요즘, 집값이 비싸다는 생각에 사는 곳을 옮길까 고민을 많이 들었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이 아니라 살아야 하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도 커져갔다. 어떻게 하면 근처에 살 수 있을까하면서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는 구상도 해보고 아주 소박한 집에서 새롭게 시작을 해야하나하면서 머리 속에 생각을 끄적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멀리 가야 겠다고 생각을 한 순간, 하늘에서 펑펑 눈이 왔다. 처음 면접을 본 날이 떠올랐다. 그 때도 눈이 반겨줬지. 어서 와 하면서 날씨 가 나를 안아줬다. 타지였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우산을 쓰고 눈 내리는 길을 걸으면서 속으로 외쳤다. 그래! 어떻게게든 살아보자. 아직은 포기하기엔 이르다.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버텨본다면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집을 찾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