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덜터덜 나와 함께 출근하는 가방에는 늘 간식이 들어있다. 최근에 몸에 염증이 많이 생기는 체질이라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간식은 건강식으로 들고 간다. 요즘에는 고구마를 삶아서 가져간다. 계단을 타고 와서 지하철을 기다린다. 역에 도착한다는 소리다 들리고 서둘러 낑겨 탄다. 아침 지하철은 나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만 남으면 바로 타야 한다. 앉아서 가는 일은 드라마 연출에서 나올 법한 느낌이다. 휴대폰을 보다 보면 내려야 할 역이 나온다. 가방을 단단히 챙길 준비를 하고 빠져 나가려는 티를 낸다. 잠깐만요와 내릴게요는 출근 지하철에서는 꼭 나오는 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리려고 하는 데 방송이 흘러나왔다.
기관사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 지하철 천천히 닫히니까 조심해서 나가세요.' 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급하게 나가려다가 멈칫했다. 조금씩 나가려고 앞으로 가던 중이었다. 이어서 스피커에서 따뜻한 말이 흘러 나왔다. '여러분 이른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실 바랍니다.' 라고. 인터넷에서 글로만 봤던 따뜻한 말을 직접 겪으니 저절로 웃음이 났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는 가보다. 얼마 전에 버스에서도 인사를 밝게 해주시는 기사님을 만난 적이 있다. 승객들이 내릴 때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도 내릴 때 괜히 조금 크게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내렸다.
하늘이 많이 흐릴 때도 있지만 맑은 날도 있다. 아침마다 부시시하게 눈을 뜨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로 인해서 웃게 된다. 꿍해있다가도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들뜨듯이 말이다. 종종 길을 걷다보면 나에게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모르는 길이라면 지도를 보고 차근차근 알려드린다.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물어보셔서 더 쉽게 알려드릴려고 한다. 초행길이라 헷갈린다며 웃으며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작은 친절이 오늘 기분을 정해주는 것 같다. 하루가 마무리 되는 시간쯤에는 나는 어떤 친절을 베풀었나 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