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릴레이 소설
내 인생 첫 번째 코칭 고객은 딸아이 었다. 열 살이었던 아이와 영어이름을 골랐더랬다. 그때 선택한 이름이 Chloe. 2년이 흘러 올해 5학년이 된 녀석은 고민 끝에 로마신화에서 착안해 미네르바(Minerva)로 셀프 개명을 했다. 두 달 전, 브런치 글을 처음 썼을 때다. 아이에게 보여줬더니, 그때부터 아빠가 쓰는 글은 거의 다 읽는 것 같다. 티는 안내지만, 가끔 자기와 관련된 이야기나 기억 남는 부분을 툭 내뱉는 걸 보면 생각보다 꼼꼼히 읽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번은 우리 같이 글을 써보면 어떻겠니 하고 딸에게 제안했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좋아하니, 네가 이야기를 해주면 아빠가 주제를 생각해 쓰면 되지 않겠냐고. 별다른 반응이 없던 녀석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내가 잊어버렸을 때 언제 시작할 거냐고 먼저 말을 꺼냈다. 아빠의 호응이 크지 않아서였을까. 며칠 뒤 자기가 만든 거라면서 노트북으로 파워포인트 파일을 보여준다. 제목은 AREANA의 전설. 짤막한 SF 소설의 도입부였다. 내가 보면서 신기해하니, 아빠가 여기에 이어서 써달란다. 아이와 함께 하는 릴레이 소설. 한 달을 끌고 있다가, 그적에 아이의 독촉에 못 이겨 이어져 오늘 그 글을 다시 들여다본다.
- 프롤로그 -
당신들은 밤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그중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전설이 있는 별이 존재한다. AREANA라는 별이다.
이 행성은 여자들만이 사는 곳이다. MINERVA 여신을 숭배하며, 자칭 AMAJONAS라고 부른다. 이곳은 평화로운 곳이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진.. 이 사건은 ARES라고 한다. 후계자를 두고 전쟁이 터진 것이다. 결국 AREASARVA가 이겼고, 그 딸이 후계자가 되었다. AREASARVA는 말했다. “AREANARVA. 이곳의 여왕은 데몬족과 싸워야 해, 나도 그랬어. 데몬족은 아주 무시무시한 괴물들이야. 그러기 위해 넌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해. 알겠니?"
그녀는 매일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마침내 뛰어난 전사가 되었다. 그리고 결전의 날..
아빠딸 아니랄까 봐 밤하늘 별로 시작하는 도입부라.. 작년 요맘때 우리 네 가족은 제주도에 있었지. 그때도 너네들 잘 때 아빤 마당으로 나와 종종 별을 봤었어. 오늘처럼 무척 더웠던 날이었을 거야. 페르세우스 유성우 보려고 새벽에 깜깜한 마당에 나와 북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 에어컨 환풍기 더운 바람을 맞아가며, 카시오페아와 페르세우스 자리 근처를 두리번거리며 언제 떨어질지 모를 빛줄기를 기다렸었지. 밤하늘에 잘 보이지 않는, 하지만 전설이 있는 별이라. 어떤 모습을 상상한 걸까. 여자들만 사는 이 행성 세계가 받들고 있는 여신 미네르바. 아이의 새로운 영어이름인 이 로마 여신은 그리스 아테네의 수호신,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Athena)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이 평화로운 세계에 후계자의 전쟁 - '그' 사건'-이 일어났다니, 전개가 빠르다. 이 대목에서 아빠는 영화 듄(Dune)을 떠올렸는데, 역사덕후인 딸아이는 어떤 걸 머릿속으로 그렸을까. 녀석이 어렸을 때 '서연이와 의자왕의 딸 계선공주' 책을 좋아했다. 우리 둘 다 책을 좋아하지만, 아빠는 개별 사건보단 그 맥락과 흐름에 끌리는데 반해, 아이는 인물의 서사에 빠져드는 타입이었고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의 가족 계보를 외우고 다녔다. 크면서 녀석의 관심이 조선시대 왕, 그리스 로마신화로 이어지면서 언젠가부터 아이의 방 창엔 제우스와 올림포스 12 신의 가계도가 붙어져 있었다. 아이가 괜히 미네르바를 영어 이름으로 고른 게 아니었다. 다시 소설로 돌아와, AreaSarva는 여왕이고 AreaNarva는 후계자구나. 나르바(딸)는 어린 나이에 사르바(엄마)의 뒤를 이을 후계자의 운명을 받아들였구나. 어떻게 이어서 쓸까 고민하다가 이 대목에서 질문이 떠올랐다. 너는 왜 여왕이 되려고 하는 거야? 잘은 몰라도, 결전의 날은 살면서 그 물음을 처음 대면하며 변곡점이 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