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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are Sep 30. 2021

길 위에서 인생의 길을 찾다. - 유럽

베드버그(빈대)와의 지독한 만남.

베드 버그. 누구냐, 넌.


호주에서 생활할 때 , 베드 버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정확한 학명은 다른 이름이지만, 주로 ‘베드 버그’로 통칭되고 있으며 주 서식지로는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 같은 동물의 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외에 사람이 생활하는 집안에서도 많이 발견되는데 ‘Bedbug’이라는 영문명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침대 매트리스에서 많이 발견되는 벌레다. 특히, 페브릭 소재의 침대와 소파 등의 가구에 많이 붙어 있고 옷가지도 베드 버그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 조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베드 버그라는 벌레가 익숙하지 않고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빈대’라고 한다면 다들 이해할 수 있을 거다.

6~70년대에는 국내에서도 많이 발견되었으나 국가 차원의 소독 정책으로 현재는 거의 없어졌고, 간혹 청결 상태가 좋지 못한 지역이나 시골에서는 아직도 보이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기후조건 때문에 빈대가 더 이상 번식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어떤 이유든 이제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벌레지만 아직도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의 여러 나라에서는 서식하고 있다.

몸짓이 아주 작고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한 두 마리가 눈에 보인다면 그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베드 버그가 있다고 보면 된다.

작은 몸짓에 비해 사람을 물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은 그리 작은 편은 아니다.  가장 큰 특징은 가려움인데 경험해 본 바로는 굳이 비교를 하자면, 모기 물렸을 때의 약 100배 정도 되는 가려움증을 느끼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베드 버그는 모기와 다르게 절대 한 번만 물지 않는다.

한번 공격을 하기 시작하면 아주 짧게 이동하며 일정 간격을 두고 계속 물기 시작하고, 무리 지어 다니는 특징 때문에 한 마리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한번 베드 버그에 물리게 되면 무조건 꽤 넓은 부위에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다.

나는 호주에서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 한 달간 여행을 시작하면서 물려 본 적이 있었다.

1년여간의 호주 생활 동안 셰어 하우스를 여기저기 이동하면서도 베드 버그를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기 불과 한 달 전에 그 악명 높은 베드 버그를 만나게 되었다.

맨발에 긴 트레이닝 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잠이 들었다가 발과 종아리, 양쪽 팔, 목과 얼굴, 복부에 공격을 당했었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꽤 물리고 난 뒤였고, 그 덕분에 여행을 하는 며칠 동안 꽤나 고생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약을 발라야만 했었다.



붉은 자국이 베드 버그에 물린 곳. 그나마 며칠 지나서 많이 가라앉은 상태.



당시에 큰 도시가 아닌 지역을 여행하다 보니 약국에 가서 연고를 달라고 해도 가려움증을 완화시켜주는 진정제 수준의 연고 밖에는 살 수가 없었다. 직접 물린 부위와 가려움증을 설명해도 '벌레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이다, 가려울 때 바르는 약이다'라며 기본 연고만 건네줄 뿐이었다.

그렇게 고생을 하다가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브리즈번에 도착했을 때 지인들에게 물어 약을 하나 구입했다. 약이 강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는 말을 듣고는 곧장 달려가 구매했다.

지인들이 알려준 곳에 가서 해당 약을 달라고 하니 몇 번이고 '강한데 괜찮겠냐'라는 질문을 던지다가 한 달 전에 물렸는데 아직도 고생 중이라는 내 말에 결국엔 꺼내 주었다. 그리고는 약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저녁에 샤워를 하고 목 아래에서부터 전신에 다 도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물린 부위만 바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니 목과 얼굴 빼고는 다 발라야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무조건 전신에 도포하라고 강조하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 싶어 약을 받아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숙소에 돌아와 짐 정리를 하는데 그제야 약병에 쓰여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농약병처럼 투박하게 생긴 갈색병에 담겨 있고 약품명도 없이 사용 대상이나 성분 등에 관한 내용만 병 전체에 기재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세로로 길게 ‘Poison’이라는 단어가 기재되어 있었다.

순간 ‘이거 괜찮은 건가?’라는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친구 역시 강하긴 해도 효과는 확실하다며 추천해준 약이었기에 일단 믿고 써보기로 했다.

약국에서 알려준 대로 샤워 후 목과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도포했고, 강한 약인만큼 피부가 따끔거리거나 붉어지는 반응 정도는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피부 반응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약을 도포하니 붉게 번졌던 자국이 조금씩 옅어졌고 가려움도 많이 완화되었다.

다만, 약을 도포한 후에 10분 정도가 지나면 호흡기가 불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마치 천식 증상이 나올 때 기도가 좁아지며 호흡이 불편한 느낌과 비슷했는데, 내가 천식을 앓았던 것 때문인지 호흡기 질환이 없는 일반인들도 그 정도 증상은 나올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약이 강하고 사용할 때마다 호흡기가 불편해지는 그 느낌 때문에 가려움과 붉음증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나서는 곧바로 사용을 중단했다.

다행히 일주일 가량 사용 후 심한 증상은 가라앉은 상태라 약물 사용을 중단해도 증상이 더 심해 지거나 하지 않았고, 연고 사용 만으로도 개선이 가능한 정도였다.


그렇게 지독한 경험을 하고 나서는 외국 여행을 할 때마다 침대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었다.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보고, 침대 커버도 벗겨서 매트리스 상태를 확인하곤 했다. 간혹 커버는 엄청 깨끗한데, 들춰보면 매트리스는 얼룩덜룩하게 때가 묻어 있거나 심한 경우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환경은 베드 버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벌레나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상태기 때문에, 즉시 교체를 요구하거나 이중 삼중으로 커버를 씌워 달라고 해야 한다.

다행히 내가 유럽 여행을 하면서 들어갔던 호스텔은 아주 심각하게 더러운 상태는 없었고, 아무리 깨끗한 곳이라고 해도 나는 일단 침대 전체에 소독액을 뿌리고 나서야 짐을 풀었다.








그와의 두 번째 만남.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기 전, 프랑스 남부의 푸른 바다를 한번 보겠다고 굳이 일정에 니스에서 머무는 하룻밤을 계획했었다.

여행하는 계절이 겨울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휴양지의 겨울은 생각 이상으로 볼거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운 하지 못하고 찾아간 니스는 삭막한 느낌이 들 정도로 휑한 겨울 바다가 반겨 줄 뿐이었다.

그마저도 비수기를 활용해 여러 가지 시설을 재정비하고 설치하기 위한 작업들 때문에, 공사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분위기 있는 겨울 바다의 모습은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찾아갔던 곳인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생각하지 못한 풍경에 약간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루정도 쉬어가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니스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날 저녁에 무려 18시간 동안 내달리는 야간열차를 타야 했기에 미리 마음의 준비와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다.

여행 중 첫 번째 장거리 이동이자, 야간열차 이동이었기에 약간의 긴장감이 더해져 조용한 니스의 거리를 거닐며 마음의 준비를 하기에는 오히려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니스에서의 첫날밤이자 마지막 밤은 평소보다 일찍 숙소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야간열차에도 침대가 마련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잠자리가 편하지 않을 것 같아 전날은 좀 여유 있게 잘 쉬어야 할 것 같았다.

니스 호스텔에 도착해서도 역시나 침대 커버부터 확인했다.

여행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였고, 니스 호스텔은 전체 일정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사용하는 도미토리 룸을 예약했기 때문에 특히나 신경 쓰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8인실을 예약했는데 3개의 침대가 비워져 있어 5인만 사용을 한다는 것이었다.

룸에 들어서자마자 시트를 걷어 매트리스를 들춰 봤는데, 매트리스 전체가 비닐 커버로 감싸진 상태에서 페브릭 시트가 한번 더 쓰인 형태였다. 여행을 하면서 봐왔던 침대 중에 가장 깨끗하게 관리된 곳이었다.

아주 만족스러웠고, 이 정도라면 베드 버그는 물론 그 어떤 세균이나 벌레가 있을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안심을 하고는 이른 잠자리에 든 지 서너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목덜미 쪽에 이상한 느낌과 따끔하면서도 간지러운 느낌에 잠이 깼다. 설마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 불빛을 베개에 대었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베개 윗부분에서부터 베드 버그 대여섯 마리가 줄지어 내려오고 있었다.

'대체 이 벌레들은 어디서 나온 거지? 비닐로 씌워진 매트리스였는데 대체 어디서 숨어 있다가 나온 거지?'

이해할 수 없는 궁금증과 짜증이 밀려오면서도 몸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후다닥 일어나 근처에 있던 내 물건과 침대 옆으로 세워 두었던 가방을 문 앞쪽까지 멀찍이 밀어 두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침대 시트를 걷어 베드 버그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말아 감아 버렸다.

그 침대에서는 더 이상 잘 수 없을 것 같아 데스크에 가서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런데 데스크 직원은 청결 관리를 아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침대에서 베드 버그가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마치 '네 짐에 있던 거겠지.'라는 듯한 뉘앙스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침대에서 나온 것이 아니니 잘 확인하고 방은 절대 바꿔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나 역시 그 호스텔의 매트리스를 직접 들춰서 확인해봤으니 그 직원의 자신에 찬 확고한 대답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나는 더 이상 그 방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단호하게 돌아서는 직원과 더 이상의 실랑이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방에 말아 두었던 침대 커버를 들고는 다시 데스크에 내려가 커버를 펼쳐 보였다.

살짝만 들췄는데도 아직 살아 움직이는 베드 버그 몇 마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걸 보자마자 직원은 'Oh, my god!'을 외치더니 얼른 다른 방 열쇠 하나를 꺼내 주며 층수와 호수를 알려줬다.

그리고는 입고 있던 옷의 살균이 필요할 것 같아 세탁실의 위치를 물어보니 2유로짜리 동전 세 개까지 챙겨주며 상세히 위치를 알려 주기도 했다.

고맙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 들고 새로운 방으로 옮겨갔다.

새로 들어간 방에는 2층 침대 두 개만 있는 4인실 룸이었고, 머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베드 버그 덕분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8인실 룸을 예약하고 4인실 룸을 혼자 사용하는 특권 아닌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없으니 새벽 2시에 짐을 뒤적거리며 세탁실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실 내가 세탁실을 찾은 이유는 말 그대로 세탁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직 건조기를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베드 버그는 생명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단순히 물세탁 만으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호주에서 베드 버그를 경험한 사람들이 알려준 퇴치 방법이 몇 가지 있었는데, 아주 독성이 강한 약품을 이용해 죽이는 방법이 가장 쉬운 퇴치법인데 그건 사람에게도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는 방법이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햇빛이 아주 쨍쨍하게 내리쬐는 날 매트리스를 널어두고 3~4일 정도 햇빛에 의해 제거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햇빛을 이용해 태워 죽이는 수준이라고 봐도 되는 정도다.

그리고 이미 오염이 심하고 베드 버그가 많이 나오는 매트리스는 그냥 버리는 것이 차라리 나은데, 말 그대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불에 태워서 없애야 그 안에 있는 베드 버그도 사라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방법들은 사실상 현실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은 퇴치법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건조기인 것이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발견되었다면 이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지만, 침대 커버나 옷가지에서 발견된 경우에는 건조기를 이용하면 베드 버그를 없앨 수가 있다. 건조기 열을 이용해 베드 버그를 태워 없애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세탁실부터 찾았고, 새벽 2시에 입고 있던 옷과 침대에 걸쳐 두었던 옷을 모두 들고 세탁실로 뛰어갔다. 최고 온도에서 한 시간 정도 작동하도록 설정해두었다.

옷이 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그보다는 베드 버그를 죽이는 게 우선 이었다. 그렇게 건조기가 돌아가는 동안 나머지 짐들도 모두 들춰보면서 벌레가 나오는지 체크를 했다.

다행히도 내 옷가지에 묻어서 따라온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들춰냈던 옷가지를 정리하고 나서야 잠을 자기 위해 침구를 정리했다. 4인실 침대 역시 커버를 들춰내고 매트리스를 확인했는데, 8인실 침대와 마찬 가지로 비닐 커버를 이용해 이중으로 씌워져 있는 상태였다. 다시 보면서도 쉽사리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당당하게 그럴 리 없다는 직원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호스텔의 모든 시설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베드 버그가 나왔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청결도는 의미 없다는 생각을 하며 침구를 정리하던 중 문득 4인실 룸과 8인실 룸의 구조가 다른 게 눈에 띄었다.

8인실은 방이 더 넓긴 했지만 2층 침대 4개가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방 한가운데 두 개의 침대가 붙어 있는 형태였다. 가운데 낮은 칸막이만 설치되어 있고 침대 두 개가 나란히 있어 옆 사람의 매트리스와 거의 붙어있는 수준이었다.

나는 그중에 한 침대를 사용했고, 처음 베드 버그를 발견했던 베개 위쪽으로는 옆 침대를 사용하던 외국인 여자의 옷가지가 겹겹이 침대 프레임에 걸쳐져 있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그 여자의 짐에서 옮겨온 것 같았다.

처음 방에 들어갔을 때는 머무는 사람이 두 명이었고 두 사람 각각 벽 쪽에 붙어 있는 침대의 1층을 사용하고 있어서 1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한가운데 붙어 있는 침대의 1층을 사용해야 했기에 선택한 곳이었다. 바로 옆에 누군가 사용하게 된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하게 된 선택이었다.

그 잠깐의 선택이 늦은 밤 데스크를 오가며 방을 바꾸고 세탁실을 왔다 갔다 하게 만들 거라는 예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후회하기에는 늦어버린 상태였고, 얼른 정리하고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정리한다고 했지만 한 시간 동안 건조기를 사용하고 짐을 정리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니 어느새 새벽 3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아침에 체크아웃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쉬어야 다음날 장거리 이동이 수월할 것 같아 서둘러 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미 몇 군데 베드 버그 공격을 당해 가려움이 시작되었고 혹여나 더 남아 있는 베드 버그가 있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잠을 제대로 청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새벽에 자다 말고 놀라서 긴장한 상태로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뒤늦게 잠자리에 들어서도 선뜻 잠을 이루지 못한 후유증은 바로 다음날 그대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말로만 듣던 '유럽의 야간열차 도둑'을 만나게 되는 아주 크나 큰 사건을 내게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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