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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균형감각

나이 들어서 다행이다~!

by 이창수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소위 말해서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균형감각'이라는 것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 특히 직장 생활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는 더욱 중요한 감각이 이것이 아닌가 싶다.


학교라는 기관에서 과연 균형감각이 얼마나 필요하길래 이런 얘기를 하냐고 할 줄 모르겠지만 조직의 크고 작은 규모를 떠나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균형감각은 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이가 들면 좋은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스위스에서 의사로, 정신분석가로 활동했고 인격의학을 만든 폴 투르니에는 나이 듦의 장점을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했다.


권위적이고 지시적이었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노년은 자문가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쌓인 여러 경험들과 지식들을 토대로 훌륭한 자문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노년의 의미를 읽고)


자문하는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조언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신체적 능력은 저하되지만 정신적 능력은 얼마든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학교 안에 교감도 마찬가지다.


오십 줄에 놓인 교감과 이삼십 대 젊은 교사 간의 생각의 다름은 여전히 존재한다. 교사의 요구에 현명하게 반응해야 할 의무가 교감에게 있다. 막무가내로 안 된다고 거절할 수 없는 것이 타당한 사유와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한 뒤에 양해를 구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이게 가장 무난한 학교 생활이다.


교감이어서 다행인 것보다 나이가 들어서 다행인 것은 나름 신중하게 판단하고 생각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균형 감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쪽저쪽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이해를 구하는 능력도 균형감각에서 비롯된다.


생각지도 못하게 결정을 내리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일들이 생긴다. 사람이 관련되어 있고 저마다의 입장이 있기에 교감의 생각만 주저리주저리 내뱉었다가는 결국 감정 대립이 대고 상처만 안겨줄 수 있다. 깊게 생각하고 균형 있게 처리해 갈 수 있는 감각, 나이가 들어가면서 얻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교감, 나이 들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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