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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과 바다

내가 사랑한 비린내

by 이창수


나는 바다가 보이는 동네에서 태어나서 바다가 보이는 동네에서 살고 있다. 바다 근처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바다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을 듯싶다.


그러고 보니 바다를 떠나 산 적이 별로 없다. 대학 다니느라 4년, 군 복무하느라 2년 4개월, 초임 발령받아 산골에서 지낸 4년 6개월 그러니까 약 10년 정도만 바다와 떨어져서 지냈지 40년 넘게 바다 냄새를 맡으며 살고 있다.


방금 아내와 함께 바다가 보이는 해변 소나무길을 걷고 왔으니 매일의 삶이 어찌 보면 바다와 늘 연결되어 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해변 가까이에 서식하고 있는 해송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소나무다. 소나무 모양도 제각각이다. 꼬불랑 휜 나무도 있고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나무도 있다. 곧게 뻗은 나무를 찾기 힘들 정도로 모두 다 바닷바람에 따라 오랫동안 살아온 흔적의 기울기가 나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해송 길은 한낮에도 변함없이 시원하다. 바닷바람과 함께 햇볕을 가려주는 해송 때문에 찜통 같은 한낮에도 걸을 만하다.



바다와 함께 산 탓인지 내 입맛에 맞는 최애 음식이라고 하면 바다에서 난 해물로 만든 음식이라면 입에서 군침이 저절로 돈다. 특히 비린내 나는 해산물이라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린다. 지금은 구하기가 어려운데 예전에는 배에서 삭힌 오징어 젓갈이 시장에서 판매되곤 했다. 시중의 나와 있는 오징어 젓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냄새와 색깔이다.


배에서 삭힌 오징어 젓갈의 냄새는 거의 분홍빛에 가깝다. 시중에 판매되는 오징어 젓갈은 오징어 살 그대로지만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배에서 삭힌 오징어 젓갈은 색깔부터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리고 냄새도 쾌쾌 묵은 비린내가 진하게 풍겨온다. 군침이 마구 돈다. 마치 한낮 더위에 개가 혀를 내밀고 침을 흘리듯이 비린내 나는 오징어 젓갈을 냄새 맡는 순간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다. 안타까운 점은 요즘 이것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점이다.


황선도 박사의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라는 책이 있다. 책 제목부터도 확 땅긴다. 마치 책에서 향긋한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저자는 다양한 바다 생물을 소개하고 있는데 군침을 흘리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삼치의 특성이 유별나다. 성질이 급해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횟감으로 먹기가 힘든 수산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등어보다 세 배나 맛있어서 이름에 '삼'자가 붙었다고 한다. 옛 속담에 '삼치 한 배만 건지면 평안 감사도 조카 같다'라는 말처럼 높은 가격에 팔리는 놈이다.


방어는 다른 어종과 달리 크면 클수록 맛이 좋다고 하니 방어회 드시러 갈 때에는 큰 놈으로 회 쳐 달라고 주문할 것. 단, 겨울이 지나는 3월부터는 몸에 기생충이 생긴다고 한다. 난대성 어류라서. 이 겨울 다기 전에 불그스름한 방어회를 드셔보기를.


특히 다랑어는 쉬지 않고 헤엄치기로 유명하단다. 잠을 잘 때도 뇌 기능만 수면 상태지 10여 년이란 일생에 걸쳐 단 1초도 헤엄을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양식하기도 쉽지 않다고 함. 유영 속도는 평균 60킬로미터, 순간 최대 시속 160킬로미터. 왠 만한 자동차 속도다.


<내가 사랑한 비린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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