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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주말 과제

나만의 특별한 운동

by 이창수


두 달 전부터 풀 깎기가 운동이 되고 있다. 한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가지만 풀 깎는 작업을 미룰 수 없는 이유가 한 주 지나고 나면 무성한 풀밭으로 변해 있는 것이 마음에 쓰인다. 어머니 집 조그마한 밭에 날마다 풀이 자라고 있다. 올해에는 몸에 기력이 없으신지 아무것도 심지 않겠다고 미리 말씀하신지라 그냥 밭을 놀릴 바에 나무를 심어 보자고 해서 약 스무 그루 정도 가장자리에 심었었다. 그러다 보니 나무를 심고 남은 곳은 역시나 풀들이 점령하고 말았다.


지나가는 마을 분들이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보면 뭐라고 한 소리 한다고 하길래 매주 한 번씩 풀을 깎으러 어머니집에 가게 된다. 날씨가 무더워 한 주 건너뛸까 싶었는데 무성하게 자랄 풀들을 생각하니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밭을 향해 가게 된다. 그렇게 많이 자라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예초기를 메고 자랑스럽게 풀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몇 차례 예초를 하다 보니 요령이 는다. 이전까지는 풀들의 잎들을 공략하며 깎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키가 훌쩍 자란 풀들을 보며 다른 방법이 없나 생각해 보았다. 예초기를 지면과 가까이하며 풀들의 뿌리 부분을 집중 공략하며 깎아 보았다. 잡초도 다양한 종류가 있겠지만 밭에 자란 잡초들의 뿌리가 제법 질긴 것인지 예초날이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팔뚝에 힘을 주어 예초기를 고정하지 않으면 밀릴 기세다.


새로운 방법으로 풀을 깎으니 평소보다 작업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잎과 줄기만 살짝 잘라주는 방법으로 하면 보통 3시간이면 몽땅 가지런히 밭을 정리하게 되지만 뿌리까지 공략하게 되면 예초기 배터리가 소진될 때까지 돌리더라도 절반밖에 작업을 달성하지 못한다. 힘도 배나 더 든다. 하지만 기대하는 것은 뿌리까지 공략했으니 자라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느새 풀 깎는 일이 주말의 과제가 되었다. 2시간 일했는데 물만 1리터 정도 마신 것 같다. 집에 와서는 쭉 뻗었다. 몸은 고되더라도 기분은 상쾌했다. 저녁밥도 꿀맛이었고. 더구나 평소에 극히 운동량이 부족했는데 주말 과제를 수행하면서 땀도 흘리고 근육 운동을 하게 되니 금상첨화다.



오늘도 아들이 땡볕에 나가 풀 깎는 모습이 안 쓰러워보였는지 어머니가 밭에 나와서 뭐라 뭐라 하신다. 예초기 날 소음에 시끄러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듣지는 못했지만 대충 이런 얘기일 거라 짐작된다. '날도 더운데 나중에 깍지 뭐 하러 와서 고생하냐고' 아들 걱정하는 소리일 게다. 복숭아를 씻어 갖다 주시면서 목을 축이라고 하신다.


농약을 뿌리지 않고 힘들지만 풀을 깎다 보니 흙 속에 사는 지렁이도 만나게 되고 두꺼비 새끼도 본다. 작은 곤충들도 발견한다.


주말 과제를 해 치우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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