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감, 뜻밖의 손님

진지한 질문

by 이창수


오늘 뜻밖의 손님이 나를 보기 위해 학교로 찾아왔다.


지난주에 약속을 잡았던 것이다. 뜻밖의 손님은 울산광역시 소속 선생님이다. 이 분과는 두 차례 정도 통화를 한 적 외에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를 통해 연락을 해 왔다.


전화 통화를 통해 미리 생각한 질문들을 던지면 내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분은 뭔가 중요한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꼭 얼굴을 보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과연 먼 거리에서 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찾아오셨다.


"교감선생님, 이제 3분 뒤면 도착합니다. 어디로 찾아가면 될까요? 옷을 환복하고 들어가겠습니다"


환복? 정말 오래간만에 듣는 얘기다.


옷을 갈아입는다는 말인데. 군 시절 사용했던 용어를 뜻밖의 손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선생님, 환복 할 필요 없이 제가 주차장으로 나가겠습니다. 밖에 나가서 점심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눠요"


얼굴도 모른 체 주차장에 나가 뜻밖의 손님을 마중하러 나갔다. 좀 있다가 자동차 문이 열리면서 뜻밖의 손님이 얼굴을 내밀었다. 첫인상이 왠지 나를 닮은 듯했다.


점심식사는 먼 길 달려오신 뜻밖의 손님을 위해 학교 근처 맛집에서 대접해 드렸다. 식사를 하면서도 줄기차게 준비해 온 질문거리를 내게 던졌다. 핸드폰 메모창을 보며 신중하게 질문해 오셨다. 약간 인터뷰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깥은 장맛비가 솔솔 내리고 있어 어디 가서 이야기할까 고민하다가 학교 뒷산 정자에 올라갔다. 산모기가 있어 몇 방 물리긴 했지만 둘이서 한적하게 집중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역시나 질문은 날카로웠다. 의미 있는 묵직한 내용들이었다.


뜻밖의 손님은 앞으로 자신의 진로를 두고 고민 끝에 나에게 물으러 온 것이다. 나도 오래간만에 긴장감을 느껴봤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교감, 근무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