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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근무기간

자발적 표류

by 이창수

보통 교감이나 교사가 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은 제한되어 있다. 학교 근무 기간이 정해진 배경에는 우리의 일제강점기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강제로 점령한 일본은 독립운동이 곳곳에 일어나는 것을 예의주시했다. 특히 교사들에 의해 학생들이 독립 의식이 고취되는 것을 막고자 교사들이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한 것을 법적으로 막아버렸다. 그렇게 해서 생긴 제도가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지금은 형평성 차원에서 근무 기간을 제한하고 있지만 말이다.


보통 교감도 교사들처럼 한 학교에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은 학교 만기가 4년이다. 지역별로 약간 다르다. 교감 인사 발령의 원칙 중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상황은 적재적소 배치다. 생활근거지를 중심으로 발령이 나긴 하지만 교감 자리가 그리 많지 않은 관계로 본인이 원하는 곳에 발령받기가 쉽지 않다. 강원도 같은 경우에는 대관령을 중심으로 영서와 영동으로 구분된다. 언젠가부터 영서 지역의 교감들이 대거 영동 지역으로 발령받고 있다. 여러모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집을 나와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이 큰 것 같다.


나는 의도적으로 생활 근거리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1 희망을 냈다. 왕복 100km 거리 이상 걸리는 지역이었다. 집에서 왜 그렇게 멀리 희망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대충 얼버무리곤 했었다. 이제야 밝힐 수 있는 것은 첫째 자녀 때문이었다. 첫째가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기숙학교를 원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혼자 보내기가 그래서 비상시에 언제든지 가까이할 수 있는 지역에 함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희망을 했었다.


시간이 흘러 첫째는 졸업을 했고 나는 아직 그 지역에 남아 있다. 지금도 간혹 나를 아시는 분들은 이제 집 쪽으로 와야겠네요라고 하신다. 아무래도 장거리 출퇴근하는 나를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인 것 같다. 혹자는 먼 거리인데 원룸이라도 잡아서 생활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는데 다행히도 교감 발령받은 곳이 고속도로 톨케이트 부근이라서 집까지 왕복 거리는 100km 이상이지만 이동하는 시간은 불과 40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퇴근시간, 이동시간을 모두 합해도 저녁에 혼자서 보내야 하는 것이 많기에 교통비가 들더라도 매일 출퇴근을 고집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작년부터는 같은 지역의 선생님이 우리 학교로 발령을 받아 와서 2년째 함께 카풀로 다니고 있다. 체력적으로도 큰 보탬이 된다. 한 사람이 운전할 때 다른 한쪽은 편안하게 동승하면 되기 때문에 피로감이 확실히 줄어든다. 세월이 유수와 갔다고 하는 말처럼 엊그제 발령받은 것 같은데 벌써 3년째다. 한 학교에 오랫동안 근무하니 좋은 점이 참 많다. 특히 교감의 역할 측면에서는 유익한 점이 훨씬 많다. 학교가 소속되어 있는 지역을 더 알아갈 수 있고 학부모들도 익숙해지니 상담과 민원의 부분에서 한결 수월해진다. 젊었을 때에는 학교 옮길 때마다 설레는 마음이 컸다. 나이가 들었나. 이제는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 한 곳에 안주한다는 느낌보다는 익숙함을 통해 좀 더 원숙함을 발휘할 수 있다는 느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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