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동안 운전하면서 거쳐 온 곳이 무려 8도나 되었다. 출발하는 날 강원도를 거쳐 경기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5개도, 도착하는 날 전라남도에서 출발하여 경상남도, 경상북도, 충청북도, 강원도에 도착했으니 중복된 것을 제외하면 3도를 지나쳐 왔다. 그래서 합하여 8도를 유랑하듯이 운전하면서 지나왔다.
운전한 거리만 해도 왕복 1,000킬로미터를 훌쩍 넘은 것 같다. 운전한 시간만 하더라도 출발하는 날 태풍 카눈을 뚫고 도착했으니 7시간 운전, 오늘 집으로 올 때에는 정체 구간을 피해 오느라 8시간 소요. 합하여 무려 15시간을 운전했다.
다행인 것은 지난 2주간 계단 뛰어오르기를 하며 다리 근력을 집중적으로 키운 보람이 있었다. 졸리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역시 평소에 체력관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오고 가며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그래야 하는데 주머니 사정도 있고 천성이 고급스러운 음식을 사 먹고 다니는 습관이 없는지라 식사 시간 때에 만나게 되는 저렴한 식당을 찾아 끼니를 때웠다. 인상 깊었던 식당은 뭐니 뭐니 해도 여수 석천식당. 간장게장백반인데 음식 가격은 13,000원. 이런 가격이 나올 수 없는 식단이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불고기 백반, 갈치 속젓갈, 계란, 각종 밑반찬. 여수에 가실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들러 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인터넷을 통해 들려오는 각종 교육계 소식들이 참 암울하다. 매주 연속하여 선생님들은 서울로 상경하여 집회를 여신다. 교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현실적인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해 달라고 힘껏 목소리를 모은다.
정치권에서는 민원 창구의 단일화와 악성 민원의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각 학교에 학교장 직속의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으로 구성된 조직팀을 구성한다고 한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악성 민원 앞에 학교장도 교감도 그 어느 누구도 힘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는 소수라고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느끼는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악성 민원의 기준도 애매모호하지만 일단 학부모들의 교육적 요구 또한 학교 안에서 해결하기가 버거울 때가 참 많다. 서로의 시각 차이 때문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지금껏 학교가 모든 서비스를 해 주다시피 한 것이 화근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부족함 때문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만족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자기만족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가 만족감을 채워주는 기관인가?
오히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부족함을 느끼며 부족함 속에 스스로 해결하는 마음 자세와 태도를 익히도록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작은 것에도 만족하며 고마움을 알게 해 주도록 해야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시작이 아닐까. 무엇이든 다 제공해 주고 무엇이든 다 해결해 주는 곳이 학교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법이 개정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