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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학교문집에 대한 생각

내 삶에 들어온 이오덕

by 이창수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학교별로 한 해 아이들의 글을 담아낸 문집들을 발행하곤 했다. 훨씬 전에는 각 학교별로 만든 학교 문집들이 정성스럽게 봉투에 담아 공유용으로 배송되기도 했다. 이제 그런 풍경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학급별로 문집을 만들어내는 선생님들도 많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체의 발달로 종이로 된 문집을 만들어내는 횟수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나도 '창수네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네 다섯 차례 학급 문집을 만들어 졸업할 때 나눠 준 적이 있다. 아직도 책꽂이 잘 보관해 두고 있다. 다른 것을 몰라도 아이들의 글과 그림이 실린 학급문집은 버리기가 너무 아쉽다.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문집을 받아온 적이 있다. 세 아이가 동시에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에는 가구별로 한 권씩만 배부된 것 같다. 첫째가 대표로 받아오던 때에 셋째가 왜 나는 한 주냐고 속상한 말을 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하더라도 학교문집에 실린 자녀의 글이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정겹고 오랫동안 읽어도 지겹지 않았다. 이제는 그 학교도 문집을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왠 갑자기 문집 타령?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우리 학교도 아이들의 글을 모아 문집을 내 봤으면 하셨다. 예산이 없다면 12월에 가서 남는 예산이 있으니 긁어모아 발행해 보았으면 하셨다. 선생님이 싫어한다고, 누가 편집을 할 거며, 만약 만든다면 전체 학생의 아이들의 글이 골구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들이 바빠서 할 수 없다면 나라도 하겠다며 문집 발행의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셨다.


선생님들의 반응은 둘째치고 아이들은 문집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냥 한 번 쓱 훑어보고 쳐다보지 않는 애물단지로 생각하지 않을까? 학부모들은 어떨까? 내 자녀 글이 궁금해서라도 펴 보지 않을까?


문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담임 선생님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교과 시간을 통해 쓴 글이라도 할지라도 선별하고 작업하는 작은 손길이 필요할 거다. 과연 선생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지금도 이오덕 선생님이 남긴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많은 선생님들이 실천하고 있다. 한 해 맡은 아이들의 글을 정리하여 학급 문집을 만들어 헤어질 때 손에 꼭 쥐어준다. 쉬운 말, 우리말을 바로 쓰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소탈하게 정직하게 가난하게 삶을 살았던 이오덕 선생님의 삶을 보며 많은 이들이 도전받고 있다.


실천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은 교육과정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에는 반드시 아이들 삶이 들어 있어야 하고, 교육은 곧 삶을 가꾸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 교육에는 아이들 삶도 빠져 있고, 삶을 가꾸기는커녕 교육을 받을수록 아이들 삶이 점점 더 메말라 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그 뿌리를 김구, 최광옥, 이승훈, 안창호, 김교신, 이오덕, 성래운, 윤구병처럼 우리 겨레 근현대 교육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아이들과 살았던 교육자들 이야기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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