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본
어제 2학기 학교 교육설명회가 있었다. 1학기 교육활동을 정리한 동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학교장 인사와 학교운영 방향, 2학기 학사일정, 교육활동보호 학부모 연수, 학생생활지도 고시 내용 안내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건의 및 질문 시간이었다.
거침없이 돌직구를 던지듯 감정을 담아 불만 사항과 개선 사항을 던지셨다. 사회자인 교무부장 선생님도 답변하기가 어려운 부분이어서 학부모님들 앞에서 나아가서 학교 측의 답변을 드리고 개선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나의 답변이 시원치 않았는지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았다.
퇴근길에 좀 전에 있었던 그 시간들을 복기해 보았다. 감정이 격앙된 사람 앞에서는 명쾌한 논리적인 답변도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규정과 매뉴얼을 이야기해도 그분께서는 듣고 싶은 내용은 따라 있었던 것 같았다. 잠깐 교감인 나 또한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를 받고 속상했을진대 우리 선생님들은 그동안 얼마나 말 못 할 상처를 받았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학교 측과 학부모님들 사이에 대화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일방적인 요구와 불만 사항을 토로하는 시간은 대화의 시간이 아니다. 과연 학교는 서비스 기관인가? 교육하는 기관인가? 자녀를 학교에 보냈으면 학교의 교육방침과 학교 운영방향을 존중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 아닐까?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님들 중에 어떤 분들은 학교가 어린이집처럼 보육하는 기관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돌봄과 방과후학교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면서 교육과 보육의 경계선이 명확해지지 않는 점도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교장선생님, 나, 행정실장님과 모여 학부모들 요구 사항에 대한 대응 방안을 두고 잠시 대화를 나눴다. 슬기롭게 지혜를 모을 수 있었다. 해당되는 담당자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드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 교육보다 가정교육이 먼저인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가족들과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밥상머리교육인셈이다.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가족과 함께 식탁에서 식사를 즐기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일방적인 훈계가 아닌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질문으로 유도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식탁에서 충분히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애착형성이 저절로 생기고 진로의 고민을 나누며 삶의 문제를 해결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