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교감 일기 28화

교감과 가을독서

by 이창수

가을이 깊어간다. 왠지 밖으로 나가야 할 것만 같은 청명한 가을 하늘과 단풍. 그러나 학교 현장은 녹록지 않다. 가을을 맞이하여 날씨가 좋은 만큼 교육활동도 왕성하게 펼쳐진다. 우리 학교만 보더라도 그렇다. 6학년 수학여행, 각 학년별 현장체험학습, 학교 자체 행사 등 학교 내 펼쳐지는 교육활동만 하더라도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바쁜 와중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이라도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과감히 책장을 펴려고 노력한다.



몇 년 전 가을쯤인 것 같다. 흔히들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책이라고는 펼 시간이 없으니 자구책으로 읽기 편한 책, 얇은 책 등을 골라서 책장을 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스토리에 빠져들어 틈틈이 시간을 쪼개 다 읽어냈던 것 같다. 올 가을에도 이런 정신으로 무장하련다.



가을은 독서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라고 하는데 직장은 무척 바쁘다. 솔직히 말해 책 한쪽 펴 볼 수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해 본다.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자. 책 읽는 리듬마저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어 도서관(강릉교육문화관)에 꽂혀 있는 책 중에서 청소년 권장도서를 빼내어 읽게 되었다.

- 남산골 두 기자를 읽고. 2017.9.17.



2021년 가을에는 책 집필에 한 창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책이 <교사여서 다행이다>라는 책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며칠 전 도서관에 가서 책을 검색하다 보니 책 설명이 참 자세히 나와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커피 배달하는 교감이 말하는 학교 현장 천태만상 어느 산골 교감의 깊은 사랑 이야기 강원도 삼척시 서부초등학교의 신규교감 이창수의 〈교사여서 다행이다〉가 옆에듀니티에서 출간되었다.



교사로 살아온 20년 세월을 교감으로 산 1년여의 경험 속에 녹여 이야기를 짓고 그 이야기와 관련된 책 소개를 덧붙인 에세이집이다.

네이버 블로그 (미창수의 서재》를 10여 년간 운영하며 책에 미친 교감'이라 불리는 그의 출간 소식을 반기는 사람들의 열기에 강원도에 첫눈이 더디 내린다는 말이 돈다.

신규교감도 살아남기 만만치 많다. 눈을 감고 학창 시절의 선생님들을 생각해 보자, 즐거웠던, 혹은 괴로웠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럼, 그중에서 교감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이따금 학교 여기저기를 서성이던 모습 말고 이렇다 잘 기억이 없다면, 당황하지 마라, 당신은 꽤 보편적인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이다. 학교에서 존재감 없기로 손에 꼽힐 정도지만 교감의 일은 결코 만만치 많다.



학교 내외부의 업무를 총괄하고, 민원에 대응하며, 교장과 평교사들 사이를 조율하고, 온갖 회의를 주최해야 하니까, 그렇게 일에 치며 살다가 공무원 사회 특유의 매너리즘에 빠지면 처음 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꿈꿨던 이상들은 하나둘씩 잊혀가기 마련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할까?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신임 교사들과 소통하고, 새로 나온 책을 읽고, 최신 정보를 갱신하면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나갈 때 구태의 함정에 빠지는 걸 피할 수 있다.



20년 교사 민생에 이어 1년 차 교감의 커리어를 갓 시작한 저자도 시대의 격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코로나19로 전전긍긍하고, 학교폭력에 속 썩이고, 2세대 젊은 교사 때문에 한탄하면서도 마침마다 꿋꿋이 손수 내린 커피를 학교 이곳저곳에 배달하는 신임 교감의 미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교감으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박진감 넘치는 일인지를, 또 그제와 어제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른 요즘 세상에 적응하는 묘미를 알게 될 것이다.

- 강릉교육문화관 도서 소개 코너 <교사여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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