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관리지침
서유당(書遊堂), 책과 노니는 집
"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문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
(78쪽 발췌, 책 심부름을 온 장이에게 홍교리가 자신의 서고에서 말한 대목이다.)
가을이다. 가을은 교감에게 인사(人事) 업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2024학년도 3. 1. 자 전출과 관련된 타시도, 타시군, 관내 전보 희망원을 쓰기 시작한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이 교감은 5개월 전부터 전출을 희망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인사 관련 공문을 공람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준비한다. 준비하는 일은 인사와 관련된 일이기에 상당히 신경을 쓰며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바뀐 인사 지침이라든지 주어진 서식에 맞게 용어도 통일해야 한다.
가령 예를 들면 이렇다. '강원 00 초등학교 '가 '강원 00초'로 기술해야 한다든지, 마감일을' 2024.02.29.' 대신에 '2024. 2. 29.'로 기술해야 한다든지 하는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기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서 작성한 서류를 교육지원청에 제출했다가 다시 수정해서 제출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전출은 다만 모든 선생님들이 희망한다고 해서 전보 희망원을 다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공무원 인사관리지침에 의하면 전보내신자 수는 해당 학교별 정원의 70% 이하로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전출을 희망하는 선생님이 적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70%가 넘을 경우에는 참 난감해진다. 인사가 만사라고 현장에서 이야기한다. 인사 업무에 실무를 하게 되면 두고두고 욕을 먹게 된다.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교감으로서 많은 선생님들이 전출을 희망하게 되면 순간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인사라는 게 본인의 희망에 의해서 움직이는 거라 막을 방법도 막아서도 안 된다. 내가 그분의 교직 인생을 책임질 것은 아니기에. 다만 교감이 싫어서, 이 학교가 싫어서 간다고 한다면 약간의 서운함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 옮긴다면 당연히 응원해 드려야 한다.
인사 시즌이 되면 인사 업무를 하면서 내 마음도 뒤숭숭해진다.
오늘 강원특별자치도를 떠나 고향으로 파견을 신청하신 선생님이 계신다. 전보 희망원 한 장을 완성하는데 파쇄한 것만 해도 네댓 번 된다. 마지막으로 교장 도장, 학교장 직인을 찍고 직접 교육지원청에 제출할 일만 남았다.
모두가 희망하는 곳에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